골프계 앙숙 퍼레이드, 매킬로이 해설자에 "닥쳐"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12-28 13:46


골프는 한 라운드에만 5시간이 걸린다. '나홀로 스포츠'는 길기 때문에 때론 외롭다.

다행히 옆을 보면 동반자가 있다. 자연스럽게 골프는 경기중 상대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경기가 됐다. 그래서일까. 구설수, 친구, 나아가 원수지간도 많다. 미국의 골프닷컴이 2011년 골프계 한해를 마무리하며 '앙숙 퍼레이드'를 다뤘다. 요즘은 IT기기, 온라인 발달이 눈부시다. 덕분에 말다툼이 코스내에서 그치지 않고 트위터나 인터넷을 통해 증폭될 때도 있다.

"다, 너 때문이야"

로버트 앨런비(40)와 제프 오길비(34·이상 호주)는 지난달 '네 탓'을 외치며 멱살을 잡았다. 프레지던츠컵에서 세계연합팀 멤버로 속해 한 조로 팀플레이를 했는데 완패했다. 평소 '말 많은' 앨런비가 핑계를 댔다. 유일하게 4패를 해 망신을 당했는데 화살을 동료에게 돌렸다. "오길비의 티샷이 엉망이어서 나는 세컨드샷을 숲에서 해야 했다." 한 순간에 내팽개쳐진 전우애. 열받은 오길비가 공개석상에서 사과를 요구하자 앨런비는 와인잔을 깨며 "한판 붙자"고 한술 더 떴다. 옆에서 겨우 뜯어 말렸는데 둘은 기어코 행사장 밖에서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갔다.

"매킬로이, 소심하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같은 영국 출신이라 친할 법도 한데 껄끄럽다. 둘 다 직설적이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매킬로이가 마지막날 와장창 무너지자 웨스트우드는 "긴장으로 소심해졌다"며 아픈 속을 긁었다. 웨스트우드는 몇 달 뒤 매킬로이가 자신의 친구인 에이전트 추비 챈들러와 헤어지자 트위터에 '이해못할 결정'이라며 공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매킬로이는 직접 대응은 자제했다.

"흑인 멍청이..."

화해는 했지만 타이거 우즈(미국)와 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는루비콘 강을 건넜다. 12년 우정은 매몰찬 해고와 독한 복수로 뒤엉켰다. 윌리엄스는 아담 스콧(호주)과 우승을 합작하자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며 우즈 지우기에 골몰했다. 한 행사장에서는 소감을 말하며 우즈를 두고 "흑인 멍청이"라며 깔깔 댔다. 우즈는 속은 어땠는지 몰라도 겉으론 "본심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최근 부활 조짐을 보이는 우즈. 윌리엄스 때문에 오기가 생겼을까.


"유럽, '후지다'"

왼손 장타자 버바 왓슨(미국)은 지난 7월 유럽투어 프랑스오픈에 출전했다. 대회 중 "대회가 엉망이다. 카메라에 휴대폰이 넘친다. 로프와 안전요원만 없다"고 유럽 골프를 맹비난했다. 컷탈락한 뒤 발언이어서 주위에선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프랑스 전역이 시끄러웠다. 하지만 대회 전 에펠탑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호화 호텔에서 포즈를 취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미국 언론도 '철없다'며 돌아섰다. 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김초롱)도 자신의 트위터에 왓슨을 무뢰한으로 꼬집었다.

"입 닥쳐"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는 300야드 장타만큼이나 성격도 폭발적이다. 지난 7월 유럽투어 아일랜드오픈 도중 골프 해설자 타운센드는 자신의 트위터에 매킬로이의 미숙한 코스 매니지먼트를 짚었다. 이에 매킬로이는 '입 닥쳐, 당신은 해설자에 실패한 골퍼일 뿐이야. 당신 의견은 무의미 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존 댈리 VS 호주

지난달 호주오픈에서 존 댈리(미국)는 첫날 11번홀에서 7개의 볼을 연거푸 연못에 넣은 뒤 짐을 싸서 떠나 버렸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며칠 뒤 "더 칠 볼이 없어 경기를 중단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은 더 우스꽝스러웠다. 한순간 감정제어를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10번홀에서 댈리는 멋진 벙커샷을 날렸는데 알고 보니 인근 연습장에서 날아온 다른 이의 볼이었다. 엉뚱한 볼을 때린 댈리는 2벌타를 받자 뚜껑이 열렸다. 소문난 악동답게 바로 다음홀에서 '영웅 본색'을 드러냈다.

'장인 어른, 감사합니다~'

'필드 위의 폭군' 로리 사바티니(34·남아공)와 숀 오헤어(29·미국)는 지난 4월 경기중 한바탕했다. 14번홀에서 사바티니가 욕설을 하자 오헤어도 참지 않았다. 몸싸움이 벌어지려는 찰나 오헤어의 장인이자 캐디인 스티브 루카스가 둘을 뜯어말렸다. 이후 PGA투어 사무국은 사바티니에게 30일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존 댈리가 코스 밖의 망나니라면 사바티니는 코스내 막무가내다. 3년전 "타이거 우즈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오만방자한 발언을 해 팬들은 그때만해도 '착하고 멋졌던' 우즈 편에 섰다. 올해초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선 자신의 볼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던 자원봉사자에게 욕을 퍼부었다. 화가 난 자원봉사자는 5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항의 편지를 사무국에 보냈다. 이후 사바티니가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몹쓸 롱퍼트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롱 퍼트를 두고 극명하게 엇갈리는 의견. 올해 웹 심슨과 키건 브래들리같은 젊은 선수들은 롱퍼트로 우승 퍼레이드를 했다. 하지만 전통을 강조하는 톰 왓슨(62·미국) 등 원로들은 "이건 골프가 아니다"고 맞섰다. 하지만 척척 우승을 만들어내는 롱 퍼트 마술에는 베테랑의 마음도 흔들었다. 필 미켈슨까지 혹시나 해 롱퍼트 대열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