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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얽힌 루스 임페디먼트 '뽑히느냐 마느냐'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11-20 13:10


1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린 KLPGA 시즌 마지막대회 ADT캡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출전한 김하늘. 제주=하성룡 기자

타이거 우즈(36·미국)는 1999년 피닉스 오픈 최종 라운드 13번홀(파5)에서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를 완전히 벗어나면서 사막 모래밭에 떨어졌다. 볼은 직경 1m가 넘는 바위 아래 놓여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1벌타를 받은 후 구제를 받거나 바위를 피해 세컨드 샷을 해야 하는 상황. 한 참을 망설이던 우즈는 경기 위원에게 '루스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를 주장했다. 루스 임페디먼트란 코스 안에 방치된 자연 장해물로 플레이를 할 때 제거해도 되는 것을 말한다. 자연물로서 고정돼 있지 않고 땅에 단단히 박혀 있지 않고, 공에 붙어 있지 않을 것으로 돌, 나뭇잎, 나뭇가지, 동물의 분비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만약 허용이 되지 않는 루스 임페디먼트를 옮길 경우 2벌타를 받게 된다. 결국 경기위원들이 우즈의 주장을 받아 들였고 캐디와 갤러리의 도움을 받아 바위를 옮겼다. 장애물의 무게나 크기의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우즈의 재치였다. '역사상 가장 큰 루스 임페디먼트'라고 알려지며 당시 많은 화제를 일으켰던 이 바위는 현재 '갤러리와 함께 옮긴 타이거 우즈 바위'라는 명판과 함께 대회장의 기념으로 남아있다.


KLPGA ADT캡스 챔피언십 대회가 열린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파72) 11번홀, 김하늘이 바위(빨간 원 안)를 옮기고 두 나무 사이로 세컨드샷을 쳐 위기를 탈출했다. 제주=하성룡 기자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 그것도 올시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김하늘(23·비씨카드)이 1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파72)에서 열린 대회 첫 라운드 11번홀(파4)에서 바위를 옮겼다. 티샷이 퍼어웨이를 벗어나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는데 나무와 조그만 바위가 있는 숲으로 떨어진 것. 바위 탓에 팔로스윙과 전진이 불가능했다. 이 순간 김하늘을 경기위원을 불러 루스 임페디먼트로 봐도 되는지 물어봤고 경기 위원은 루스 임페디먼트로 규정, 바위를 치우게 했다. 타이거 우즈의 바위 크기에는 못 미쳤지만 직경 70cm가 넘는 작지 않은 바위였다. 다행인 것은 두 개의 바위 중 하나는 땅에 고정돼 있지만 김하늘의 공이 위치한 바위는 이동이 가능했다. 바위가 뽑히느냐 마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캐디가 나섰다. 처음에는 들려고 시도했지만 무게가 만만치 않자 바위를 흔들더니 굴렸다. 결국 장애물을 제거한 김하늘은 폭 1m의 두 나무 사이로 정교한 샷을 구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퍼팅에만 성공했어도 파로 막을 수 있었지만 보기로도 만족스러운 위기 탈출이었다. 순간적으로 이 룰을 생각해낸 김하늘과 캐디의 묘책에 롯데 스카이힐을 찾은 갤러리들도 흔치 않은 상황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제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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