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매킬로이 VS 14년전 우즈 누가 강한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제111회 US오픈 우승을 거머쥔 로리 매킬로이. 사진 출처=PGA투어닷컴 캡쳐

제111회 US오픈이 끝났다. 대회 개막 전 최고 유명인사는 타이거 우즈(36·미국)였다. 갑자기 부상이 심해져 불참을 선언해 팬들의 김을 뺐다.

이후 우즈가 잭 니클로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을 깰 수 있을까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후부터는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와 양용은(39·KB금융)의 1,2위 싸움이 볼거리였다. 대회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매킬로이의 US오픈 최고기록 경신이 화제가 됐다.

16언더파, 역대 US오픈 최소타로 우승한 매킬로이를 두고 3,4라운드 동반 라운드를 한 양용은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에게 우즈와 매킬로이 중 누가 낫냐고 물었다. 양용은은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거둔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우즈에게 역전승을 거둔 이는 양용은이 유일하다. 양용은은 "매킬로이가 최고의 대회를 치렀지만 카리스마는 우즈가 앞선다. 매킬로이는 아직 어리다. 1~2년 후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덕담을 건넸다.

2011년 22세 1개월의 매킬로이와 22세 같은 또래의 우즈, 바로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우즈. 누가 더 강할까.

◇왼무릎 부상으로 US오픈에 출전하지 못한 타이거 우즈. 스포츠조선 DB

골프 신동 매킬로이 VS 퍼터를 입에 물고 태어난 우즈

매킬로이의 우승에 고향인 북아이랜드는 축제분위기다. '(글)로리, (글)로리 할렐루야'가 동네를 뒤덮고 있다. 매킬로이의 골프 신동 시절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매킬로이는 2살 때 드라이버로 40야드(약 36m)를 날리고 9세때 홀인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우즈에 비하면 매킬로이도 평범한 수재 수준이다.

우즈는 2세때 미국 CBS 방송에 퍼터를 들고 출연해 신기에 가까운 퍼팅 솜씨를 뽐냈다. 3세 때 사이프레스 해군 골프장에서 나인 홀을 돌면서 48타를 쳤다. 7세 때 10세 형들이 출전하는 골프대회에서 우승했고, 8세 때는 정규 코스에서 70대 타수를 기록했다. 10세 때 전국 대회를 제패했고, 13세 때부터 주니어 아마추어선수권 4연패를 거둔다. 이후 US아마추어챔피언십 3연패를 한 뒤 프로턴을 했다.

누가 스윙의 교과서인가

매킬로이와 우즈는 둘다 장타자다. 300야드를 넘게 날린다. 양용은은 매킬로이와 경쟁하면서 거리 때문에 고생했다. 티샷이 평균 20~30야드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용은은 자신만의 플레이를 계속했다. 양용은 스스로 "아쉬움보다 만족감이 크다"고 말할 만 하다.

스윙에 관한 한 매킬로이는 PGA 투어 선수 중 가장 깔끔한 피니시를 자랑한다. 하체를 이용하는 유연한 스윙에 일관성이 있다. 우즈는 왼무릎 부상 때문에 스윙이 약간 변했지만 가장 파워풀한 스윙을 구사한다. 상체를 너무 많이 쓴다는 얘기를 듣지만 우즈만큼 탄력적인 스윙을 구사하는 이는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다.

티샷 뿐만 아니라 아이언샷, 우드샷, 트러블 샷, 벙커샷 등 모든 항목에서 점수를 매겼을 때 분명 우즈가 앞선다. 특히 퍼팅만 놓고 보면 전성기 때의 우즈는 완벽 그 자체였다.

매킬로이가 이번 US오픈에서 15언더파, 역대 최저타로 우승했지만 우즈 또한 만만 찮았다. 그의 첫 메이저 우승이었던 1997년 마스터스는 우즈를 위한 대회였다. 우즈는 18언더파로 우승했다. 2위 톰 카이트를 12타 차로 따돌렸다. 당시 22세였던 우즈는 마스터스의 모든 최고, 최저, 최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센세이션은 매킬로이 그 이상이었다.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제2의 우즈 탄생'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지만 우즈는 그때 '골프 신인류'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후 우즈는 1999년 PGA챔피언십, 2000년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 PGA챔피언십 등 해를 넘긴 '타이거 슬램'으로 '골프 황제'에 등극했다.

누가 잭 니클로스를 따라잡을 것인가.

니클로스의 메이저 18승 기록은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으로 칭송받는다. '황금 곰' 니클로스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기록이기도 하다. 메이저 우승은 기량과 배포, 도전 정신과 경험 등 골프의 모든 덕목을 요구한다.

니클로스는 매킬로이를 향해 "내 기록을 깰 재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이제 메이저 1승을 거뒀을 뿐이다. 우즈는 15년 동안 메이저 14승을 쌓았다.

우즈가 불륜스캔들과 부상, 수술 등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골퍼 중 한명이다. 우즈는 7월에 열릴 브리시티오픈과 8월의 PGA 챔피언십에는 출전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일단 메이저 1승을 추가한다면 또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PGA 투어 선수들의 전성기 나이를 보면 40세 전후다. 10년 전에 비해 전성기 시기가 5년 정도 뒤로 늦춰졌다. 이는 장비 과학의 발달과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철저한 몸관리 때문이다. 우즈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예단하긴 힘들다.

결론, 아직은 우즈다.

매킬로이가 US오픈에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넘어야할 산이 많다. 2007년 프로 턴을 했는데 그동안 우승이 딱 세차례 밖에 없다. PGA에서 2승, 유럽투어 1승이다. 지난 4월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에서 8오버파로 침몰했는데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는 해도 여전히 심리적으로, 샷 매커니즘적으로 약한 고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우즈가 흔들리고는 있지만 영원히 그가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번 감을 잡으면 우즈는 또다시 일어설 것이 분명하다. 물론 공백기가 길어지면 재기도 그만큼 늦어질 테지만. 박재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