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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만 아니었다면…' 토트넘 벼랑 끝 몰아붙인 배달원+감정가+대학강사, 탬워스 동화 '화제만발'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5-01-13 11:10


'SON만 아니었다면…' 토트넘 벼랑 끝 몰아붙인 배달원+감정가+대학강사…
로이터연합뉴스

'SON만 아니었다면…' 토트넘 벼랑 끝 몰아붙인 배달원+감정가+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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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손흥민의 대활약이 아니었다면 토트넘 홋스퍼는 세미프로 5부팀에 FA컵에서 덜미를 잡히는 굴욕을 안을 수도 있었다.

12일(한국시각) 영국 탬워스의 더 램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2024~2025 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토트넘은 제대로 혼쭐이 났다. 세미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탬워스를 상대로 90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손흥민 등 주력 선수들을 투입한 끝에 연장전에서 3골을 얻어 3대0으로 이겼다.

결과는 승리지만, 토트넘에겐 사실상 '패배'와 다름없는 승부였다. 티모 베르너, 제임스 메디슨 등 주전급 선수를 내보내고도 탬워스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 역습에 수 차례 실점 위기를 내주면서 이변의 제물이 될 뻔 했다.

영국 BBC는 '역사적인 날의 탬워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날 토트넘전에 임한 탬워스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논리그(Non-League)팀인 탬워스와 FA컵 8회 우승팀인 토트넘 간의 맞대결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전국 생중계된 이날 경기는 5분 지연 시작됐다. 탬워스 진영 골문 그물이 떨어졌기 때문. 이를 고치기 위해 윙어 베크레이 에노루가 동료 어깨에 무등을 타고 올라 테이프로 그물을 골대 기둥에 감는 장면을 만들면서 '동화'가 시작됐다.


'SON만 아니었다면…' 토트넘 벼랑 끝 몰아붙인 배달원+감정가+대학강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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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백 하이든 홀리스는 후반에 환상적인 '마르세유턴'을 펼쳐 주목 받았다. 여행가로 활동 중인 그는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기 후 (농담으로) '이제 너를 여기로 데려올 만하네'라고 말하더라"며 "나는 '믿거나 말거나, 나는 이 기술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마 이 기술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탬워스가 연장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골키퍼 자스 싱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연장전반 자책골로 실점하기 전까지 토트넘 선수들의 슈팅을 신들린 선방으로 막아냈다.

사실 싱은 경기 전날 '아빠'가 된 상태였다. 건물 감정사로 그는 경기 후 BBC라디오를 통해 "나는 어제 아빠가 됐다. 너무 행복하다"며 "아내는 아직 병원에 있는데, 오늘 나를 (축구장에서) 놀게 해줘서 고맙다"고 농을 쳤다. 이어 "토트넘 같은 팀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치렀다. 우리가 해냈다는 걸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내 축구 경력 대부분은 파트타임이었다. 이런 하루를 보냈다는 게 굉장하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SON만 아니었다면…' 토트넘 벼랑 끝 몰아붙인 배달원+감정가+대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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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워스가 스로인 기회를 얻을 때마다 '인간투석기' 역할을 한 토미 통크스는 주 5일 동안 음식을 배달하고, 주말엔 축구를 하는 전형적인 세미프로 선수. 그는 BBC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며 "FA컵은 나와 우리 클럽 모두에 정말 특별했다"고 말했다.

토트넘전에 출전한 톰 맥클린치는 피로를 풀 새도 없이 대학교 강의에 나서야 한다. 그는 경기 후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놀라운 하루를 보냈다"며 "내일은 강의를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탬워스를 이끈 앤디 피크스 감독은 FA컵을 앞두고 '프로'가 됐다. 대학 교직원을 병행하던 그는 토트넘전을 3일 앞두고 탬워스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피크스 감독은 연장전 체력 저하에 대해 "우리가 지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우린 11명의 국제적인 선수를 상대한 세미프로팀"이라며 "모든 선수들이 일과 운동을 병행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모습을 선보였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그들은 내일 모두 일터로 돌아가지만, 당당하게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000석 정원의 더 램 그라운드는 지역민의 성원으로 가득 찼다. 비록 패배로 경기가 마무리 됐지만, 120분을 뛴 탬워스 선수들에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BBC는 'FA컵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평했다. 낭만으로 물든 그라운드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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