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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손흥민은 바보다. 토트넘의 우승 밖에 모르는…'
"(토트넘 구단에서) 이뤄낸 업적이 매우 자랑스럽지만, 여전히 배고프고 더 발전하고 싶다. (우승)트로피를 위해 바꿀 수만 있다면 기록과도 바꿀 수 있다". 손흥민이 최근 토트넘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계약 연장, 재계약, 빅클럽들의 영입 제안 등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토트넘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는 말 뿐이다.
영국 매체 투더래인앤백 역시 18일(한국시각) '16년간 트로피를 갈망해 온 토트넘을 위해 손흥민은 모든 것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손흥민은 토트넘 사상 최다 도움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토트넘에서 우승을 원하고 있으며, 우승 트로피와 지금 껏 그가 쌓아온 모든 득점, 도움 기록의 맞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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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은 최근 팬 행사에 나가 '만약 고를 수 있다면 토트넘 전 동료 중에서 누구를 뮌헨으로 데려오고 싶나'라는 질문에 대해 단숨에 '쏘니'라고 밝혔다. 행사장에서 나온 즉석 질문에 케인이 가볍게 답한 내용이지만, 여기서 비롯된 파장이 상당히 크게 퍼졌다.
영국과 독일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손흥민, 뮌헨 이적설'을 터트리고 나왔다. 케인과 손흥민의 재조합은 누가 봐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그림이다. 이들은 과거 토트넘에서 함께 뛸 때 최강의 호흡을 보여줬다.
영국 팀 토크는 '케인과 손흥민은 함께 297경기에 나와 54골을 합작했다. 케인이 손흥민의 도움으로 26골을 넣었고, 손흥민도 케인의 도움으로 28골을 기록했다. 이들 콤비는 경기당 1.78골을 만들었다. EPL에서도 함께 47골을 넣어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로그바가 첼시에서 만든 36골의 합작 기록을 넘어서 EPL 최다 합작골 기록까지 갖고 있다'고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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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흥행,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최강의 조합이다. 무엇보다 손흥민을 데려오는 데 큰 걸림돌이 없다. 손흥민은 2025년 여름에 토트넘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때문에 내년 1월부터 '보스만룰'에 따라 다른 구단들과 자유롭게 이적 협상을 벌일 수 있다. 이적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빅클럽들이 손흥민에게 관심을 쏟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가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영국과 스페인 매체들로부터 퍼져 나왔다. 스페인 엘 나시오날은 '데쿠 바르셀로나 단장이 손흥민을 데려오기 위한 영입을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손흥민이 맨유의 유력한 타깃이다'라고 했다. 레알 마드리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손흥민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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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흥민을 둘러 싸고 많은 이적설이 나오는 가운데 토트넘은 침묵하고 있다. '계약 1년 연장 옵션 발동'을 확정적으로 앞세운 채 손흥민을 보호하기 위한 어떠한 제스추어나 발언도 하지 않는다. 마치 '우린 1년 연장옵션을 무조건 쓸테니 아쉬우면 떠나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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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서 손흥민은 자신만의 이상을 고수하고 있다. 손흥민은 돈이나 스포트라이트보다 오로지 10년간 몸 담아온 토트넘에 우승을 안기는 것만 바란다. 어쩌면 이런 우직한 태도가 다른 빅클럽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요소일 수 있다. 한눈 팔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높은 이상을 향해 묵묵히 뛰는 태도를 싫어할 팀은 없다.
결국 열쇠는 손흥민에게 있다. 맨유든 레알이든 바르셀로나든 혹은 뮌헨으로 가서 케인과 만나든. 결정하는 건 손흥민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결정권이 실제로 손흥민에게 있다고 한다면, 결말은 어느 정도 뻔하다. 그는 토트넘에 남을 것이다. 토트넘이 레전드 대우를 해주지 않더라도.
그게 '바보' 손흥민의 방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