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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어느덧 4년이었다. 수원 삼성에서의 6년 세월. 그리고 야인으로 2년을 지내고 2021년 홀연히 중국으로 넘어갔다. 오래 갈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중국 1부리그도 아닌 2부리그로 향했다. 기업 구단이지만 다른 구단들만큼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4년을 버텼다. 아니, 버텼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첫 해 2부리그 4위 그리고 승강플레이오프 승리로 인한 1부리그 진출. 두번째 시즌 1부리그 5위, 세번째 시즌 1부리그 4위, 네번째 시즌 1부리그 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따냈다. 2024년 현재 중국 1부리그 감독들 중 가장 오랜 기간 팀을 맡고 있는 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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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5일이었다. 서 감독은 중국 청두 룽청과 계약했다. 삼국지의 촉나라 수도 성도로 알려진 곳이었다. 사실 청두는 거의 신생 구단이었다. 모태는 2014년 창단한 청두 큐바오. 2018년 청두 싱청이라는 이름으로 재창단됐다. 4부리그부터 시작했다. 2018년 4부리그 준우승, 2019년 3부리그 우승을 거두며 2부리그까지 올랐다. 팀에 도약이 필요했다. 마침 창단 감독이었던 호세 그라네도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청두는 새 사령탑을 물색했고 서 감독이 레이더망에 걸렸다.
사실 서 감독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수원에서 6년을 지냈다. 모기업의 지원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서도 서 감독은 특유의 지도력을 보여주었다. 거액의 연봉을 주겠다는 구단들도 있었다. 그러나 서 감독은 2부리그를 택했다.
"사실 당시 그룹 회장이 직접 나와서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축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명문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면서요. 취지와 계획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구단도 아닌 모기업의 수장이 나와서 설득한다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성에 서 감독의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승부사 기질도 발동했다.
"솔직히 큰 도전이었어요. 시작을 2부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결심하기 쉽지 않은 것이잖아요. '그래. 가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어요. 마음을 굳게 먹고 시작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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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은 청두를 맡으면서 자신을 증명했다. 승승장구했다. 매 시즌 더 나은 성적을 내놓았다. 연승행진도 달렸다. 무엇보다도 상하이 하이강이나 상하이 선화 등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팀들과의 경쟁에서도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팀 사상 처음으로 ACL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4시즌 연속 성적이 상승하고 있고, 이번에 ACL 진출권까지 따내니까 중국 내 시선이 달라졌어요. 언론에서도 긍정적인 관심을 가져주고요.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요"
관심의 무게도 늘었다.
"그만큼 사실 어깨가 무거워지기도 했어요. ACL도 나가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고요. 그래서 이번에 다시 쉬는 기간에 유럽으로 나온 것도 어깨가 무거워졌기 때문이에요."
서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쉬는 기간에는 늘 유럽 축구 현장으로 향했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알고 더욱 배우기 위해서다. 특히 코칭 스태프들도 데리고 나온다. 모든 비용은 서 감독 사비로 충당한다.
"내가 지도자로 있으면서 하나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것은요. 나를 포함해서 지도자들을 성장시키자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 코치진들도 다 유럽으로 오라고 불렀어요. 선진 축구를 보고, 토론하고, 우리 팀에 접목시킬 방법을 찾아보고요. 그러다보면 팀과 지도자들이 발전하겠죠."
"사실 저는 중국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물론 '중국에서 뭘 배우냐'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어요. 인내를 배우고, 다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도 배우고요. 중국에 오지 않았다면 배우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물 흐르듯이
서 감독은 잔기술을 싫어한다. 정론대로, 물 흐르듯이 순리에 역행하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 수원에서의 6년, 청두에서의 4년. 총 10년간의 감독 생활도 역시 그런 원칙을 지켰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코치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라고요. 진심으로 대하면 선수들이 팀이 하나가 되거든요. 선수들에게 솔직하게 대하면 선수들도 다 알아요. 저 감독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고 진심으로 존중해준다는 것을요."
이런 모습에 일각에서는 서 감독은 '무르기만 하고, 사람만 마냥 좋은 감독'이라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서 감독은 그런 평가를 반박했다.
"만약 그런 모습이었다면 분명히 얼마 안있다가 잘렸을 거예요. 저는 선수들에게 솔직하고 진심으로 대하지만 확실하게 공과 사는 구별합니다. 아닌 것은 아니 것이잖아요.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니까 팀 전체가 구축한 확실한 룰은 지키면서 가야지요. 그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 흐르는대로' 그리고 동시에 '원칙을 지키는' 서 감독에게 2025년은 큰 도전이다. 4년 연속 더 좋은 성적을 내왔기에 이제 더 올라갈 자리가 많지는 않다. 더욱 큰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아시아 무대도 처음이다. 그러나 서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다. 구단의 믿음도 확고하다.
"하던대로 하면서 조금씩 고쳐나갈 것입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스템을 갖추고 더 좋은 구단이 되는 것에 도움을 주어야지요."
그런 차원에서 청두는 서 감독에게 더 큰 것을 기대하고 있다. 감독을 넘어서 팀 전체를 관리하는 역할도 맡기고 있다.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만 관리하는 '헤드 코치'가 아니라 구단 전체를 아우르는 '매니저'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할도 맡을 수 있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래서 유럽으로 온 것이기도 하고요. 더욱 열심히 해야죠. 아직 나아가고 올라가야 할 곳은 많이 있으니까요.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