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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계엄 해제 안 됐다면, K리그1 전북의 운명은 어찌됐을까

기사입력 2024-12-04 14:54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서울 이랜드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 전북 전진우가 헤더골을 넣고 있다. 2024.12.1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2024.12.4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 상공을 군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2024.12.4 nowwego@yna.co.kr
[연합뉴스]
이랜드와 승강 PO 2차전 앞두고 간밤 계엄령 '날벼락'

프로스포츠 '계엄 시' 운영방안에 명시된 규정은 없어

(서울=연합뉴스) 스포츠부 = '승강 플레이오프 어떻게 되는 거냐는 전화가 저한테만 열 통 넘게 왔습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양송희 홍보팀장)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비상계엄 사태'에 전 국민이 불안에 떤 4일 새벽, 프로축구 K리그 팬들의 머릿속엔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을 법하다.

K리그1과 K리그2(2부)의 정규리그가 모두 끝난 가운데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딱 한 경기만 남겨놓고 있다.

K리그1 10위 전북 현대와 K리그2 3위 서울 이랜드가 맞붙는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이 오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1차전에선 전북이 2-1로 이겼다.

두 팀의 운명을 가를 한판을 앞두고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이다.

많은 팬과 프로축구 종사자들이 이 마지막 경기의 진행 여부를 두고 궁금해했다.

축구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선 '낮이니까 경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계엄령인데 무슨 축구냐. 전북이 자동으로 잔류하는 거다' 등 여러 의견이 오갔다.

한 프로축구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냥 전북과 이랜드가 내년에 모두 1부에서 뛰는 게 어떻겠나. 어차피 화성FC가 프로에 온다니까 2부 구단 수는 기존대로 맞출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는 관련 문의를 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다행히도 비상계엄은 단 6시간 만에 해제됐다. 만약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승강PO 2차전은 어떻게 됐을까?

답은 뚜렷하지 않다.

프로축구연맹은 물론 다른 4대 프로 스포츠 기구는 계엄을 가정한 리그 운영 방법을 규정에 명시하진 않는다.

역사에서도 드문 계엄을 고려한 '계엄 매뉴얼'은 프로 스포츠에 당연히 없다.

관계자들은 "당연히 계엄사령부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일 뿐이다.

굳이 프로축구연맹 규정에서 계엄에 적용될만한 것을 찾아보자면, 제30조 '경기중지 결정'을 들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경기 전 또는 경기 중 중대한 불상사 등으로 경기를 계속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경기를 중지할 수 있다.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기 취소·중지 및 재경기'를 규정한 제31조의 1항에서도 경기 취소 사유엔 천재지변 외에도 기타 클럽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불가항력적 상황, 선수단과 관계자 및 관중의 안전이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 등 부득이한 사유가 언급됐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프로축구 출범 후 계엄은 처음이라 관련 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는 긴급 이사회를 통해 경기 개최 여부를 정해 왔다"며 "다만 대원칙은 계엄사 포고령에 경기 중단 등이 포함되지 않으면 정상 개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마찬가지다.

'천재지변 등의 사유로 인한 일정 취소 조치'를 담은 KBO리그 규정 제8조가 계엄에 적용될 수 있다.

제8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사정 등으로 중지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 홈 구단은 그 경기의 중지를 총재에게 요청해야 한다. 총재는 이 요청에 대하여 가부를 결정하여야 하며, 요청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판단하여 경기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

KBO 관계자는 "경찰에서 '야구장에 북한 오물 풍선이 떨어졌을 경우, 경기를 중단하고 안전하게 관중을 퇴장시키고 경찰의 폭발물에 대한 판단을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이는 야구장 상황뿐 아닌 다른 공공 기관 건물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사실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국가, 사회적인 조처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을 한창 치르고 있는 프로농구 KBL과 한국배구연맹(KOVO)은 프로축구연맹 못잖게 긴장했을 조직이다.

배구연맹 관계자는 "국가 비상사태, 천재지변 등이 일어나면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리그 중단이나 연기 등에 관해 논의한다. 어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혹시라도 오늘 오전에 긴급회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계엄 하에 많은 인파가 모이는 스포츠 경기를 정상 진행하긴 어렵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경기장에 운집한 팬들이 순식간에 집회와 시위 세력으로 바뀌면 계엄사가 상황을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ah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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