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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손흥민(32·토트넘)은 마땅히 카타르 전통 의상 '비시트(bisht)'를 걸치고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것으로 '라스트 댄스'를 췄어야 한다. 한국 축구 역대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손흥민은 그럴 자격이 있고, 역대 최강의 팀으로 불리는 축구 A대표팀이 64년간의 무관을 끝내지 못한 건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한 수 아래 요르단에 충격적으로 0대2로 패하며 우승은커녕 결승전도 밟지 못하고 허망하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입은 비시트를 대략 1년 뒤 아시안컵 단상에서 걸친 선수는 손흥민이 아닌 카타르 주장 하산 알 하이도스(알사드)였다.
코트디부아르 우승 과정에서 살펴볼 점이 있다. 조별리그 2차전 나이지리아전, 3차전 적도기니전에서 연패하며 탈락 위기에 직면했으나, 조 3위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를 가까스로 붙잡아 16강에 진출했다. 불안감을 감지한 코트디부아르축구협회는 3차전이 끝난지 이틀만에 프랑스 출신 장 루이 가세 감독을 경질했다.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 미드필더 출신 에메르세 파에 대표팀 수석코치는 가세 감독의 뒤를 이어 임시 사령탑을 맡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코트디부아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16강 세네갈전, 8강 말리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를 벌이고도 결승전까지 에너지 레벨을 유지했다. 체력은 우승하지 못한 팀의 핑계에 불과하다.
FIFA 랭킹 58위 카타르, FIFA 랭킹 49위 코트디부아르의 우승이 한국 축구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연 대한축구협회는 코트디부아르처럼 우승 목표를 위해 조별리그를 마치고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둘 강단이 있었을까. 클린스만 감독에겐 '40세 초보 지도자'인 파에 감독대행처럼 두 차례 연장승부를 벌인 팀을 우승까지 끌고갈 아이디어와 지도력이 있었을까. 단순히 좋은 선수들로 좋은 축구를 하는 것만으론 '아시아의 월드컵', '아프리카의 월드컵'에서 우승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 주 예정된 아시안컵 평가 회의는 뼈저린 반성과 함께 향후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