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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한국 축구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어린이가 있었다. 손흥민(토트넘)의 SNS의 한 면을 장식한 어린이였다.
이 어린이는 과연 누구일까. 경기가 끝난 후 SNS를 통해 수소문했다. 많은 유저들이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연락이 닿았다. SNS를 통해 만날 약속을 전했다. 5일 오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끝낸 어린이 팬을 구장 내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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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황용운 군(서울 잠신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2003년생으로 올해 10세인 황 군은 아버지인 황성진씨와 함께 축구 여행을 하고 있었다. 맨시티전이 열리기 전날인 2일 영국 맨체스터에 들어왔다. 황 군과 아버지는 소문난 축구팬이다. 특히 황 군은 학교와 집에서 '축구 박사'로 통한다. EPL은 물론 K리그와 국가대표팀 축구까지 빠지지 않고 시청하는 열혈 축구팬이다. 아버지가 해외 출장을 갈 때면 해당 팀의 유명 선수 유니폼을 요청하는 등 열정도 대단하다. 아버지가 모르는 선수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번 겨울 축구 여행을 위해 10월 여권을 만들었고 12월 추운 날씨에 영국까지 날아왔다. EPL 2경기와 유명팀들의 스타디움 투어 등을 했다. 자신의 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손흥민 찰칵포즈 꼬마 팬)과 SNS도 개설했다. 알음알음 구독자들도 모이고 있단다.
황 군이 찍힌 사진은 경기장 내 사진 기자들이 찍은 '보도사진'이었다. 어떻게 찍혔을까. 황 군의 재치가 빛났다.
"운이 좋게 토트넘 원정 팬들이 앉는 좌석을 구했어요. 맨 앞줄이었는데요. 일찍 가서 여러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엄마가 만들어 준 '너만 보여 손흥민'이라는 머리띠를 쓰고 있었어요. 그걸 본 사진 기자 분들이 갑자기 저를 찍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손흥민 선수 '찰칵 세리머니'를 했어요. 그게 사진에 올라간 거 같더라고요."
맨시티전은 명승부였다. 황 군에게도 첫 '직관'이었다.
"처음 직관하는 프리미어리그 경기였어요. 선제골 넣고, 동점골 허용하고 역전 당하니까 또 지겠구나 했었죠. 4연패구나라고 절망하고 있었는데요. 클루세프스키가 헤더골을 넣는거 보고 너무 좋았어요. 역전까지 기대했죠. 3대3으로 끝났지만 명승부였다고 생각해요. 아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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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전이 끝나고 황 군과 아버지는 속소로 향했다. 씻고난 후 잠을 청했다. 이 때까지는 이슈가 될 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다음날인 4일 새벽 황 군과 아버지가 일찍 일어났다. 아직 시차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카오톡에서 불이 났다. 지인들이 '긴급 소식'을 전했다.
"아내와 친척들 그리고 회사 동료 등 지인들이 계속 카톡을 보내는 김에 눈을 떴어요. 확인해 보니 곳곳에서 기사가 나고 축하 카톡이 왔더라고요"라며 아버지 황성진씨가 웃으며 말했다.
황 군도 이내 소식을 접했다.
"SNS를 보고 있었는데 아빠가 갑자기 '대박!'이라며 보여주시더라고요. 사진찍을 때는 뉴스에 안 나올 줄 알았는데요. 어쩌다보니 나오게 됐어요. 이런 건 처음이라 너무나 긴장돼요."
친구들한테도 연락이 많이 왔단다. 친구들은 황군에게 보이스톡을 하며 '너무 유명해줬다. 소감이 어떠냐'라고 묻는 통에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단다.
황 군과 아버지는 10일 밤 비행기로 돌아간다. 당초 웨스트햄전과 뉴캐슬전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뉴캐슬전이 9일에서 10일로 일정이 바뀌었다. 7일 웨스트햄전만 보고 돌아가야 한다. 황 군의 축구 여행 피날레였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황 군은 결연했다. 손흥민의 선전을 당부했다.
"손흥민 선수. 긴장하지 말고 캡틴답게 열심히 해주세요. 파이팅 하시고요. 아시안컵도 응원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덧붙였다.
"인터뷰 한다니까 제 친구가 자기를 제일 친한 친구라고 이야기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저의 가장 친한 친구는 김하람입니다."
10세 어린이다운 천진난만함에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