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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2년 카타르 '겨울' 월드컵은 어쩌다 한번 찾아온 '해프닝'이 아니었다. 12년만에 또 겨울월드컵이 예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사실상 확정하면서다.
압둘아지즈 빈 투르키 알 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체육부장관은 성명을 통해 "2034년 FIFA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은 세계 스포츠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겠다는 우리의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국가 변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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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예견된 수순처럼 포기 버튼을 눌렀다. 제임스 존슨 호주축구협회 CEO는 앞서 "(2034년 월드컵 유치가)호주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가 엄청난 비드를 넣었다. 사우디는 많은 자원을 보유했다. 그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개최지 입찰 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인판티노 회장은 2024년 12월쯤 발표할 예정인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1년여 앞당겨 발표를 해버렸다. 호주축구협회는 2026년 여자아시안컵, 2029년 클럽월드컵 개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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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국제적 위상은 2018년 정부를 비판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사우디는 지난해 인권 침해, 여성 권리 침해, 동성애 범죄화, 표현의 자유 제한, 예멘 내전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인권운동가들은 사우디 정부가 국제적 위상, 평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말하는 '스포츠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다. 국제엠네스티는 FIFA가 개최지 선정 이전에 해당 국가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달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스포츠워싱으로 내 GDP가 1% 정도 증가한다면, 나는 계속 스포츠워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언론 '알자지라'는 사우디가 2027년 남자 아시안컵도 개최할 예정이라면서 이에 발맞춰 경기장을 건설하고 개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FIFA가 '오일머니'의 맛을 본 이상, 앞으로 제2의 한일월드컵, 남아공월드컵 등이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중동 국가와 자금력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면, 한국의 두 번째 월드컵 개최는 언감생심이다. 12년만의 겨울 월드컵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