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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갓기동' 마음 사로잡은 '포항 비에리' 이호재, 실력으로 당당하게 '원톱 1옵션' 등극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23-06-07 16:29


까다로운 '갓기동' 마음 사로잡은 '포항 비에리' 이호재, 실력으로 당당…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갓기동'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지난달 24일 성남과의 FA컵 16강전에서 이호재(23)가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팀을 8강으로 이끌자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이젠 제카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김 감독의 예상을 이호재가 현실로 만들었다. 이호재는 지난 6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3년 하나원큐 K리그1 17라운드 홈 경기에 선발 출전, 0-0으로 팽팽히 맞선 전반 2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지난 3일 광주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 중원에서 완델손이 문전으로 연결한 롱패스를 상대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공중으로 볼이 뜨자 쇄도하며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까다로운 '갓기동' 마음 사로잡은 '포항 비에리' 이호재, 실력으로 당당…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2001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호재는 현역시절 레전드였던 아버지 이기형(현 성남 감독)의 아들이란 점 때문에 '축구인 2세'로 유명세를 탔다. 다만 팀 내 위치는 '조커'였다. 후반 중반에 교체투입돼 공격 패턴을 단순하게 가져갈 때 활용됐다. 2년 전 일류첸코가 떠난 뒤 타깃형 스트라이커 부재로 인해 이호재가 주목받을 수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도 올 시즌 개막전에는 교체투입돼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면서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대구FC에서 뛰던 제카가 영입되면서 조커 역할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제카는 전형적인 타깃형은 아니지만, 큰 키에 준수한 공격포인트로 김 감독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김 감독의 마음 속 원톱 첫 번째 옵션은 '제카'였다.


까다로운 '갓기동' 마음 사로잡은 '포항 비에리' 이호재, 실력으로 당당…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이호재가 김 감독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서버리고 있다. 제카는 이번 시즌 도움 5개를 기록할 정도로 연계에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버텨주고 공중볼을 장악해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포항은 이호재가 들어가기 전까지 포스트 플레이를 활용하기 어려웠다. 급기야 부상자도 많아졌고, 선수들의 체력을 위해 로테이션이 필요해지자 김 감독은 제카 대신 이호재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그런데 이호재는 기다렸다는듯이 그 기회를 낚아채고 있는 모습이다.

이호재는 제주전에서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다. 타깃형 외국인 공격수 못지 않았다. 1m92의 큰 키를 활용해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활동량과 스피드는 외인 공격수들보다 더 나았다. 게다가 득점 기회가 났을 때 해결까지 해주니 김 감독이 이호재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김 감독은 "호재가 1라운드부터 골도 많이 넣었었고, 제공권과 스크린 플레이에서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느 날 '제카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이젠 내 머릿속에 제카가 무조건 1순위라는 건 없다. 호재를 1옵션으로 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까다로운 김 감독에게 실력으로 믿음을 심은 이호재가 더 큰 날개를 펼치기 위해선 연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제주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폭발시킨 박승욱은 "지금 호재는 내가 2년 전 포항에 왔을 때의 호재가 아니다. 많이 성장했다. 다만 연계적인 면만 향상시킨다면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포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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