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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더 빠르고, 더 과감해졌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클린스만호의 색깔이었다.
하지만 공격으로 나갈 때는 달랐다. 잘게 썰어가던 벤투 시절과 달리, 한번에 전방으로 나가는 '직선적인' 형태가 눈에 띄었다. 손흥민(토트넘) 등 발빠른 공격수들의 속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중앙에 포진해, 섀도 스트라이커와 투톱을 오가며 공격을 이끌었다. 이 침투에 맞춰, 김민재와 황인범이 빠르게 수비 뒷공간으로 보내는 볼이 많았다. 둘은 가장 많은 8번의 롱볼을 시도했다. 김영권(울산 현대)은 "클린스만 감독이 점진적, 직선적, 공격적으로 하길 원하셨다. 후방 빌드업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전방에 비어있는 선수들에게 주는 것도 원하셨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더 신경을 썼다"고 했다.
과감함도 돋보였다. 더 좋은 찬스를 만들기 보다는 기회가 오면 1대1을 하거나, 마무리를 지으려는 모습이 많았다. 오현규(셀틱)는 "공격수들에게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셨다. 더 욕심을 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황인범도 "미드필더가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시는 걸 원하신다. 과감하게 슈팅까지 연결하라고 주문하셨다"고 밝혔다. 수비시에는 거침없는 전방 압박으로 나섰다. 많은 숫자를 위에 두고 상대를 누르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첫 골 역시 상대 오른쪽 압박이 잘되며 실수가 나왔고, 이를 손흥민(토트넘)이 잡아 득점까지 만들었다. 이강인(마요르카)은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원하신다"고 했다.
수비시는 4-4-2 형태의 두줄 수비를 했는데, 아직 디테일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없어 보였다. 벤투 시절에도 수비시에는 4-4-2로 대형을 바꿔 수비를 펼쳤다. 다만 정우영을 더 내려서게 했던 벤투 시절과 달리, 미드필드를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一)자로 두면서 불안한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다. 후반 초반 내준 두 골 모두 기본적으로는 왼쪽 풀백 이기제(수원)가 뚫린 게 1차 원인이었지만,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위치 선정이 아쉬웠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