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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팍 매진, 설레네요."
2019년 매진사례 때 고재현은 그라운드 밖에서 '쿵!쿵!골!' 응원을 지켜봤었다. '나도 저 소름 돋는 응원을 받으며 뛰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지난해 서울이랜드 임대를 끝내고 돌아온 대구에서 팀내 최다골 13골을 터뜨리며 날아오른 '대세 영건' 고재현이 마침내 만원관중 앞에 설 첫 기회가 왔다.
"'대구라는 자부심'이란 슬로건만 봐도 심장이 뛴다"는 천생 '대구싸나이'는 '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설렌다. 2019년 때 생각도 난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 무엇보다 팬들을 위해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첫 승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항과의 시즌 개막전, 고재현은 마수걸이골을 넣고 종횡무진 활약했지만 팀이 2대3으로 역전패했다. 2라운드 제주, 3라운드 강원과 잇달아 비겼다. 만원관중 앞에서 펼칠 전북전을 앞두고 승점 3점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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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역시 그런 감독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공격수를 주포지션도 아닌 중앙미드필더로 기용해주시는 건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다. 그 믿음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나는 전혀 불만이 없다. 팀이 어렵다보니 팀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공격수로서 득점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믿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는 왜 나를 여기에 둘까 불만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감독님은 '이 자리, 저 자리 다 뛸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다. 그땐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또래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연령별 대표팀, A대표팀에서도 멀티플레이 경쟁력은 큰 도움이 된다. 고재현은 지난 13일,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24세 이하) 소집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고재현은 "아시안게임이 1년 미뤄지면서 99년생 동기들은 연령제한 때문에 80~90%는 못갈 거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고재현은 대구 공격수 중 최근 전북을 상대로 가장 강한 선수다. 지난해 2월27일 전북과의 홈 개막전에서 후반 35분 동점골로 1대1 무승부를 이끌었고, 지난해 6월 24일 그 힘들다는 전주성 원정에서도 후반 17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1대1, 승점 1점을 가져왔다. 고재현은 "임대 가기 전 2020년 마지막 경기가 전북전(0대2 패)이었다. 스물두 살 때인데 엄청 긴장했다. '오랜만에 경기 뛰는데 왜 하필 전북이냐'했었다. 두려웠다"고 돌아봤다. "임대 다녀온 후 만난 전북전에선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이었다. '무서워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잘 이겨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북을 상대로 2골을 넣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며 웃었다. "19일 홈경기도 전북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실 것이고 여긴 우리 홈이다. 우리집도 대구다. 우리집에서 남이 잔치하는 걸 볼 순 없다"며 패기만만한 필승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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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팍을 가득 매울 1만2419명의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승리가 없어 정말 죄송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팬들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드릴까, 어떻게 좋은 축구를 하면서 결과를 가져올까.우리가 늘 팬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기면 모두가 행복하다. 1만2000명의 팬들이 함께 웃는다. 그 행복을 위해 우리는 100% 이상을 다 쏟아낼 것이다.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꼭 보답하겠다. 90분 휘슬 후 만원 관중들과 함께 꼭 승리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