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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메시가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데 음바페가 자꾸 푸네요."
19일 새벽(한국시각) 피날레를 장식한 아르헨티나-프랑스의 결승전은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혈투였다. 연장 접전까지 두 팀의 스코어가 '2-0→2-2→3-2→3-3'으로 치열하게 쫓고 쫓기는 역대급 명승부였다. 이런 명승부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최고의 양대 스타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와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의 흥미진진한 역대급 추격전이었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둘은 현존 세계 최고의 공격수이자 신-구 세력의 대표 주자로 결승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골든부트(득점왕) 경쟁을 벌이는 중이었고, 각자 월드컵 역대 각종 신기록 달성에도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일까. 두 스타는 일부러 짜고 쳐도 연출하기 힘들 것 같은 기가막힌 추격전을 선보였다. 안정환 위원의 표현대로 '라스트 댄스' 메시가 왕관을 쓰려고 하면 음바페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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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4분까지 메시는 선수생활 마지막 소망이었던 생애 첫 월드컵 정상을 사실상 확정하는 분위기였다. 메시는 전반 23분 디 마리아가 유도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36분 디 마리아의 추가골에 앞서 절묘한 탈압박 패스로 다리를 놓았다. 이미 메시는 2-0 리드의 주인공이 됐고, 아르헨티나가 이날 유독 부진했던 프랑스에 남은 10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역대급 추격전은 이제부터 시작. 후반 35분 콜로 무아니가 얻은 페널티킥을 음바페가 성공시키며 빼앗겼던 분위기를 다시 살렸다. 음바페는 불과 1분 뒤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2-2 동점을 만들며 왕관을 손에 쥐고 쓰는 일만 남았던 메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특히 음바페의 추가골 빌미는 메시가 제공했다. 메시가 돌파를 시도하던 중 코망에게 가로채기 당한 뒤 빠르게 전개된 역습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코 앞에서 대관식을 미룬 메시는 연장 승부에서 후반 3분 다시 웃었다. 프랑스 골키퍼 요리스가 간신히 쳐 낸 세컨드볼을 극적으로 밀어넣은 것. 메시의 대관식이 가까스로 현실화 될 것 같았지만 음바페가 또 발목을 잡았다. 그는 11분 자신이 페널티킥을 유도한 뒤 직접 키커로 나서 또다시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 골로 음바페는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8번째 골로 골든부트를 확정했다.
그렇게 메시의 속을 까맣게 태우던 추격전은 승부차기에서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음바페와 메시가 각 1번 키터로 나서 가볍게 성공한 가운데 프랑스의 2번 키커 코망과 3번 키커 추아메니가연달아 실축하며 사실상 헌납했다. 특히 음바페가 2-2 동점골을 만들 때 메시의 공을 빼앗아 일등공신이 됐던 코망은 '천당'에서 '지옥'의 맛을 봐야 했다.
역대급 추격전의 결말은 메시에겐 화려한 대관식이었고, 음바페의 손엔 씁쓸한 골든부츠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