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의 푸쉬업 푸쉬업'…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서울에 복수한 이병근의 수원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9-04 19:02 | 최종수정 2022-09-05 09:03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원 삼성 포워드 오현규는 '슈퍼매치'에서 자신의 첫 골을 넣고는 갑자기 서울 홈서포터석 앞에서 두 팔로 엎드렸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푸쉬업을 시작했다.

양팀의 최근 스토리를 알고 있는 팬이라면 그 의도를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시계를 지난 4월 10일로 돌려보자. 당시 이날과 같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첫번째 슈퍼매치에서 나상호가 서울팬 앞에서 엎드려서 팔꿈혀 펴기를 '시전'했다. 나상호는 2대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린 뒤 이같은 행동을 했다. 수원 선수들에겐 잔인한 세리머니였다. 더구나 수원은 4월 맞대결 포함, 최근 3번의 슈퍼매치에서 모두 패하며 자존심에 생채기를 입은 상태였다. 정규리그 마지막 서울전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선 되도록 가장 완벽한 방식으로 연패를 끊어낼 필요가 있었다.

4일 오후에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9라운드는 시종일관 수원이 의도한대로 흘러갔다. 전반 27분, 이기제의 그림같은 왼발 크로스를 오현규가 감각적인 논스톱 슬라이딩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전반 16분, 빈 골문에 슛을 밀어넣지 못했던 오현규는 두번째 찬스는 놓치지 않았다. 이날 포함 4경기 연속골, 수원 선수로는 역대 5번째로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최근 기세는 어디 가지 않았다.

오현규는 경기 후 세리머니에 대해 "나상호의 세리머니를 보면서 (나도) 꼭 하고 싶었다. '우리도 힘이 남아돈다. (체력이)넉넉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수원은 4분 뒤, 교체투입된 안병준의 헤더골로 빠르게 격차를 벌렸다. 이번에도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가 빛났다. 서울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3명을 투입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지만, 12분 주장 나상호의 경고누적 퇴장으로 동력을 잃었다. 그로부터 7분이 지난 18분 오현규가 상대 골키퍼까지 제친 뒤 팀의 3번째 골을 넣었다. 44분 일류첸코에게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수원은 3대1로 승리를 지켜내며 슈퍼매치 연패에서 탈출했다.

세리머니부터 경기력까지, 수원 입장에선 가장 완벽하게 복수극을 완성했다. 이병근 수원 감독은 "앞서 서울을 상대로 원정과 홈에서 지면서 데미지가 굉장히 컸다. 6월 맞대결 패배 이후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늘 강팀, 라이벌 팀을 이겨 자신감을 찾았단 측면에서 많은 것을 얻은 경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8승 9무 12패 승점 33점을 기록하며 8위 서울(36점)을 3점차로 압박했다. 그룹A 마지노선인 6위 강원(39점)과의 승점차는 6점. 이 감독은 "많은 팬이 원정석을 채워주셨는데, 오늘은 면목이 있다. 앞으로 이렇게 이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겠다"고 했다.

한편, 서울은 올시즌 최다관중인 1만6333명 앞에서 시즌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내용과 결과 모두를 놓쳤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오늘은 수호신(서울 서포터스)과 상대팀 선수만 살아있고, 우리는 죽어있는 듯한 경기를 펼쳤다. 면목이 없다. FC서울의 엠블럼을 달고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나 의아하다.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고개를 떨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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