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묻자 '승장'김도균 감독은 수원삼성을 존중하고,걱정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8-07 16:40 | 최종수정 2022-08-07 16:53



"수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축구도시' 수원에서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맞대결 '수원 더비'가 이뤄질 때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팬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화두다.

1995년 12월 출범해 이운재, 서정원, 고종수, 이병근, 박건하, 염기훈 등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하고 리그 우승 4회, FA컵 최다우승 5회 등 'K리그 대표 명문클럽'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온 수원 삼성과 2003년 내셔널리그에서 시작해 K리그2를 거쳐 K리그1에 승격한 수원FC의 더비, 초반 차이는 '이게 더비가 되나' 싶을 만큼 극명해 보였다.

2016년 수원FC가 승격에 성공한 후 당시 K리그 클래식에서 '수원 더비'가 성사됐고 수원 삼성이 3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누가 주인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무색했었다.

수원FC가 다시 2부로 강등되면서 중단됐던 '수원 더비'는 수원FC가 2021 시즌 승격에 성공하며 재개됐다. 돌아온 수원FC은 몰라보게 강해졌다. 수원FC는 '뼛속까지 축구인' 김호곤 단장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향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울산 현대 코치, 스카우트 출신의 '지략가' 김도균 감독이 강하고 끈끈한 스쿼드를 구축했고, 2대1, 3대1로 앞서는 상황에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화끈한 공격축구에 수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지난 시즌 맞대결에서 수원 삼성을 3승1무로 압도했고, 올 시즌에도 수원FC는 '수원의 주인'이 바뀐 듯한 경기력으로 수원 삼성을 몰아붙였다. 지난 2월 26일 수원 삼성이 1대0으로 승리하며 6년 만의 '더비 승리' 감격을 누렸지만 거기까지. 6월 25일 두 번째 맞대결에선 수원FC가 3대0 완승을 거둔 데 이어, 지난 7일 세 번째 맞대결에서도 '베테랑 이적생' 김 현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4대2 대승을 거뒀다.

수원FC가 수원 삼성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도균 감독은 "득점력은 확실히 앞선다"고 즉답했다. 수원FC는 올 시즌 25경기에서 40골(41실점)을 몰아쳤다. 12개 구단 중 최다골이다. 수원 삼성은 25경기에서 19골(31실점), 12개 구단 중 최소골이다. 수원FC는 골을 쉽게쉽게 넣는다. 김 현, 라스, 무릴로, 이승우의 발이 척척 맞아드는 골 장면은 빠르고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자신감이 넘친다. 이'원샷원킬' 결정력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수원 삼성의 이름값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실력의 차이였다. 수원FC는 리그 6위로 올라섰고, 수원 삼성은 11위로 내려앉았다. .

'패장' 이병근 수원 삼성 감독은 "언제까지 이 멤버로, 수원 삼성이라는 이름만으로, 공을 찰 수는 없다"는 말로 현실을 직시했다. "우리는 상대보다 두 배 더 노력해야 한다. 상대보다 더 많이 뛰지 못하고, 더 간절한 마음이 없다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원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승장'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상대를 향한 존중을 잊지 않았다. "(주인이)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원 삼성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이다.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수원 삼성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자면"이라며 할 말을 이어갔다. "수원 삼성은 모기업 삼성의 지원과 투자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들었다. 분명 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원의 주인이 누구냐'보다는 함께 '수원 더비'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남기를 소망했다. "수원 삼성도 올해 꼭 잘 되고 우리도 잘돼서 두 팀 다 최선을 다해 1부에 함께 살아남아 내년에도 '수원 더비'가 이뤄졌으면 한다."

'시민구단' 수원FC이 아닌 '기업구단' 수원 삼성의 투자와 생존, 이로 인한 '수원 더비'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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