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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꽃' 핀 K리그, 늘어난 프리킥 골이 반갑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4-20 16:23 | 최종수정 2022-04-21 06:3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프리킥은 축구의 '꽃'이자 '아트'로 불린다. 키커의 킥 정확성과 기교가 도드라진다. 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 터지는 프리킥 한 방은 어떤 골보다 더 짜릿한 흥분감을 불러일으킨다.

직접 공을 차는 선수나 선수들의 킥을 바라보는 축구팬이나, 하나같이 직접 프리킥의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희소성에서 찾을 수 있다. 슈퍼스타의 중거리 슛에 의한 득점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UFO슛'과 데이비드 베컴의 월드컵 직행 프리킥 골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2016~2017시즌부터 2021~2022시즌 현재까지 유럽 5대리그의 평균 프리킥 성공률을 살폈더니, 6%에 그쳤다. 100개를 시도해 많아야 6개 정도만이 골대로 들어갔다. 같은 기간 78%인 페널티 성공률과 비교하면 높은 난도를 실감할 수 있다. 손흥민의 토트넘 공격 파트너인 해리 케인은 관중이 던진 콜라병을 걷어찰 정도로 정확한 킥을 자랑하는 선수이지만, 2014년 11월을 끝으로 7년 넘게 53번 시도해 프리킥으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있다. 게임상으론 각도와 세기만 잘 조절하면 프리킥 골을 쉽게 넣을 수 있으나, 실제론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이 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5대리그의 경기당 평균 직접 프리킥 시도 횟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올시즌은 평균 1개를 채 넘기지 못한다. 이것은 5대리그의 공통된 특징이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골문과 먼 지점에선 과감한 직접 프리킥보단 동료에게 공을 연결하는 식의 공격 패턴이 늘어나고, 페널티에어리어 부근에서 수비수들이 전략적으로 파울을 삼가는 트렌드에서 원인을 찾았다. 시도 자체가 줄어 프리킥 골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K리그에서 프리킥 골이 늘어난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1·2부 9라운드 기준 직접 프리킥으로만 6골이 터졌다. 윤석영(강원) 아마노 준(울산), 티아고(안산), 김인균(대전), 이으뜸(광주) 등이 프리킥 득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배 늘었다. 11골이 터진 2017년 이후 최근 5년새 가장 많은 숫자다. 2020시즌 총 프리킥 득점은 8골에 불과했다. 그중 올해 K리그에 처음으로 발디딘 일본 대표팀 출신 아마노가 단연 눈에 띈다. 아마노는 5일 제주전과 9일 대구전에서 연속골을 넣었다. 골망을 찢을 기세로 왼발로 강하게 감아차는 킥에 팬들은 환호했다.

아마노는 'K리그의 제임스 워드-프라우스(사우스햄턴)'라고 부를 수 있다. 워드-프라우스는 최근 6시즌 동안 70번 프리킥을 시도해 11골(14%)을 넣었다. 정확도는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10%) 이상이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사우스햄턴전을 앞두고 워드-프라우스를 "현시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프리키커"라고 칭한 바 있다.

아마노는 2001년 수원 데니스, 수원 고종수, 2006년 부산 뽀뽀에 이어 사나흘 간격으로 프리킥 쇼를 선보인 4번째 선수다. 다가오는 리그 경기에서 프리킥 득점을 추가할 경우 전무후무한 3경기 연속 프리킥 골 기록을 세운다.

K리그는 스플릿라운드가 도입된 2013년 이래 프리킥 골이 가파르게 상승하다 2015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감소했다.(2013년부터 29골-38골-50골-43골-37골-31골-32골-8골-24골) 지난해 프리킥 골(24)은 2015년 프리킥 골(5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들이 은퇴, 이적, 노쇠화 등의 이유로 자취를 감추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올해는 아마노가 포문을 열었다. 아마노뿐 아니라 더 많은 선수들이 더 과감한 시도로, 더 많은 프리킥 골을 터뜨려 팬들의 눈을 더 즐겁게 해주길 기대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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