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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인터뷰]"나 자신을 의심한 적 없다" 이슈메이커 이승우, K리그-유럽-안티에 입열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4-20 08:47 | 최종수정 2022-04-20 09:19


통영=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

[통영=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축구사에서 이승우(수원FC)처럼 '빠(극성팬)'와 '까(안티팬)'가 극명한 선수는 없었다.

당대 최고의 클럽인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의 이승우는 '코리안 메시'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선수 한 두명은 쉽게 제치는 화려한 플레이에 댄스 세리머니로 대변되는 넘치는 끼까지, 이승우는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스타다. 하지만 벨기에 무대 입성 후 내리막을 타던 이승우는 이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플레이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안티팬들의 먹잇감이 됐다.

이같은 찬사와 비난 사이, 정작 이승우의 목소리는 없었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수원FC가 전지훈련 중인 통영에서 이승우를 직접 만나, K리그 복귀부터 유럽생활, 카타르월드컵, 그리고 안티까지 물었다. 어느덧 청년이 된 이승우는 보다 신중해진 모습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내 자신에 대한 의심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이승우는 올 겨울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K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행선지는 수원FC였다. 이승우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이사장님, 단장님, 감독님이 믿음을 보내주셨다. (박)주호형한테 물어보니 축구적으로도 잘 맞을 것 같았다. 고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유럽에서 뛰지 못하던 이승우가 K리그에서도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승우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나에 대한 의심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리그, 팀에 대한 적응이 걱정됐을 뿐, 내 자신에 대한 자신은 항상 있었다"고 했다. 물론 부담감도 있었다. 이승우는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팬들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그래서 '실망하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축구인생 처음으로 부담감을 느낀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승우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사실 벨기에에서 뛰지 못했지만,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했다. 준비가 돼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다. 잘 준비하면 좋은 플레이가 경기장에서 나올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훈련했다"고 했다. 생존 싸움을 했던 유럽과 달리, 한국말로 웃으며 훈련하는 환경은 그에게 위안이 됐다. 특히 김도균 감독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이승우는 "생활에서도 도와주고, 운동장에서도 그렇고 어디서나 도와주셔서 든든하다. 그 누구보다 많은 신뢰를 준다"고 했다.

이승우는 빠르게 수원FC에 녹아들고, K리그에 적응했다. 9경기에서 3골-1도움, 분명 초반 성적표는 긍정적이다. 특히 득점 후 댄스 세리머니는 최고의 이슈가 됐다. 막판 유럽 생활이 워낙 아쉬웠기에 '더 일찍 K리그로 왔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이승우는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잘했건 못했건, 그 안에서 배움이 있었다. 항상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가장 답답했던 것은 나였다"

이승우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유럽 생활이었지만, 상처를 줬던 것도 유럽 생활이었다. 바르셀로나 최고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던 이승우는 바르셀로나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18세 미만 유소년 영입 규정을 위반했다는 징계를 받으며,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첫번째 시련이었다. 이승우는 "그 당시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보니 답답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때 많이 뛰었으면 더 좋았을수도 있었지만, 아무도 모른다. 나는 그냥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기다렸다. 물론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 시간 동안 배운 것은 있었다"고 했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1군 입성에 실패한 후, 둥지를 옮겼다. 이탈리아 세리에A와 벨기에 주필러리그에서 뛰었다. 하지만 이 두 번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가 됐다. 이승우는 당시에 대해 언급했다. "이탈리아를 가는 선택에 있어서 후회는 없다, 세리에A라는 무대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헬라스 베로나를 택했고, 좋은 단장, 감독님을 만나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 외적으로도 만족했다. 그 사이 2017년 U-20 월드컵도 나갔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도 나갔다. 사실 이후 신트트라위던으로의 이적은 결과론적이지만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당시 신트트라위던에서 출전 보장도 해줬고, 잘하면 몇개월 뒤 이적을 시켜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 달 동안 빠지지 않고 연락이 왔기에 '진짜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 거짓말이었다."

벨기에 이적 후 이승우는 팬들에게 다른 선수가 됐다. 매경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승우를 조롱하는 '돼지불백'이라는 단어도 이즈음 나왔다. 이승우는 "사실 무슨 이야기인지도 몰랐다. 물론 짜증나고 슬프기도 했지만, 그냥 그러나보다 하고 넘겼다"며 "사실 가장 답답한건 선수 본인이다, 선수가 시합을 못뛰고 있으니까. 조롱 받는 것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팬들의 조롱이 극에 달했지만 이승우는 담담하게 넘겼다. 그는 "사실 답답하지는 않았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러 기사를 보면서 추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내가 변명을 할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보여주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승우를 버티게 한 것은 결국 '축구'였다. 그는 "지금도 축구를 하면 재밌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매력있고, 어릴때부터 재밌게 시작한 스포츠라 지금까지 했다. 축구장에 가면 재밌고, 그래서 버틴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은 언제나 1순위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승우는 성숙해졌다. 걸그룹도, 예능 프로도 관심이 없다. 그저 놀기 좋아할 줄 알았던 청년은 그냥 축구, 가족 바라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K리그 복귀는 신의 한수가 됐다. 이승우는 "하루 하루가 재밌다. 가족들과 함께 있다보니 걱정 없이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승우는 "경기를 뛰거나 못뛰거나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재밌게 축구를 하고, 대표팀을 가는 꿈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이승우는 대표팀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차례 꺼냈다. 그는 "수원FC에서 뛰는 선수들도 그렇고, 해외에 있는 선수들도 결국에는 대표팀에서 뛰는게 최종 꿈일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선택을 하든 1순위는 대표팀에서 뛰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수원FC를 택한 이유 역시 대표팀에 돌아가기 위해서다. 이승우는 "대표팀 경기를 항상 챙겨본다. 내가 1년 가까이 몸을 담은 시점도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벤투 감독의 철학은 명확하다. 4년 동안 잘 준비하며 월드컵 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고, 지금 팀을 보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잘 이해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승우는 대표팀 복귀를 위해 수원FC에서의 활약을 강조했다. 그는 "올 시즌 시작을 하면서 다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경기에 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일단 이루고 있어서 좋다"고 웃었다. 이어 "더 잘해야 한다. 유럽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 보다 한국에서 뛰는게 하루하루 즐겁다. 아직 10경기도 하지 않았다. 더 단단하게 뭉친다면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통영=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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