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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13년 전 박지성(41·은퇴)은 맨유 시절 새로운 유형의 윙어로 평가받았다. 이름하여 '수비형 윙어'다.
이승모는 포항 유스 시절 전천후 자원이었다. 중앙 수비수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멀티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가장 돋보였던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게임 메이킹 능력이 좋은데다 수비력까지 인정받았다.
만 19세이던 2017년 프로에 데뷔한 이승모는 2018년 광주 임대를 거쳐 김기동 감독이 포항 지휘봉을 잡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됐다. 지난해에는 포지션을 변경했다.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족했던 탓에 김 감독의 요청으로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도전이었다.
이승모는 정통 스트라이커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스피드와 파괴력이 떨어진다. 8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지난 3일 FC서울전에선 골 포스트를 맞춰 아쉽게 시즌 마수걸이 골에 실패하기도. 김 감독도 "승모에게 한 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승모가 골은 못넣고 있지만, 너무 예뻐 죽겠다"라며 엄지를 세웠다.
김 감독은 이승모의 어떤 매력에 빠진걸까. 김 감독은 "승모는 내 요청 때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 그래도 내가 한 주문을 그라운드에서 100% 가깝게 이행해주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승모는 공격력이 떨어지지만, 수비력이 좋아 전방 압박이 장점이다. 외국인 공격수와 김승대 허용준에게 기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다. 김 감독은 "승모는 수원FC전에서도 후반 19분 허용준과 교체돼 들어가서 고영준과 함께 활발한 전방 압박으로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해야 한다'는 측면에선 부족하다. 그러나 최전방에서 자신의 장점인 수비력을 살려내면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김 감독이 계속 중용하는 이유다. '수비형 스트라이커'라는 표현이 적절해보인다.
다만 이승모는 외국인 스트라이커 모세스의 몸 상태가 올라오면 백업으로 역할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모세스는 빠른 K리그 템포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최근 대학 팀과의 연습경기에서 3골을 몰아넣기도. 다만 정상 궤도까지 오르려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휴식기를 거쳐 5월 초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이승모는 김 감독의 '페르소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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