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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패배란 단어만 놓고 보면 너무나도 아쉽다. 그러나 대한민국 여자축구는 새 역사를 작성하며 아시아 정상을 향한 가능성을 봤다.
아픔은 성장의 씨앗이 됐다. 한국은 1993년 대회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4대0 승리하며 가능성을 봤다. 2년 뒤 열린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며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상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한국은 준결승에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5차례(1995년·2001년·2003년·2014년·2022년) 진출했다. 그러나 종전 최고 성적은 2003년 태국 대회에서 기록한 3위였다.
간절했다. 벨 감독과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굳은 각오를 다졌다. 단단한 마음은 그라운드 위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은 베트남(3대0 승)-미얀마(2대0 승)-일본(1대1 무)-호주(1대0 승)를 상대로 승승장구하며 4강에 올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4강에서 필리핀을 2대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물러설 수는 없었다. 설욕도 해야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PO) 때 중국에 한 골 차로 밀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놓친 아픔이 있다.
벨 감독은 결전을 앞두고 "처음으로 아시안컵 결승 진출을 이뤄낸 것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줄 것이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줄 수는 없고, 자신감을 높여야 할 때다. 우리 선수들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에이스' 지소연(31·첼시)도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는 "대표팀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우승할 기회가 왔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마치고 싶다"고 했다. 2006년 A매치에 데뷔한 지소연은 앞선 136경기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63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성인 대표 생활을 하면서 주요 대회 우승을 놓고 결승전을 치르는 건 처음이다.
중국전 뚜껑이 열렸다. 역시나 중국은 막강했다. 중국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한국은 침착했다. 선수 전원이 간결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원샷원킬'로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알고도 막을 수 없는 패스 플레이었다. 김혜리(32·현대제철)-이금민(28·브라이턴)의 발끝을 거친 공은 최유리(28·인천현대제철)에게로 향했다. 최유리는 한 발 빠른 슈팅으로 중국의 골문을 열었다.
기세는 계속됐다. 한국은 전반 44분 상대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지소연이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이 2-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중국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들어 연달아 교체카드를 활용하며 변화를 줬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후반 21분 이영주(30·마드리드CFF)의 핸드볼 파울로 상대에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중국은 탕 자리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추격에 나섰다. 한국은 급격히 무너졌다. 불과 4분 만에 추가 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다시 2-2 원점. 한국은 결승골을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며 아쉽게 무너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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