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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럽, 카잔 그리고 코로나. 황인범의 2020년은 롤러코스터였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12-23 06:05


7일 오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축구대표팀이 호주와 평가전을 펼쳤다. 경기 임하는 황인범.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07/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0년,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24·루빈 카잔)은 코로나19 정국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1년을 보냈다.

출발은 불안했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소속으로 새 시즌을 시작하기 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다. 황인범의 활동무대인 미국과 캐나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황인범은 22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2019년 1월 밴쿠버에 입단한 뒤)한번도 찾아오지 않던 향수병에 걸렸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여름에 국내리그 복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1차 위기'를 극복한 황인범은 8월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한국 축구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는 기적을 써내려간 카잔의 클럽 루빈 카잔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레오니드 슬러츠키 카잔 감독으로부터 직접 '러브콜'을 받았던 황인범은 데뷔 2경기만에 환상 발리슛으로 데뷔골을 터뜨리며 빠르게 구단의 기대에 부응해 나갔다.

'유럽파 신분'으로 자신감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11월 국가대표팀 친선 2연전(멕시코~카타르)이 열리는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근 1년만에 열리는 국가대표 A매치였다.

황인범은 "특별한 순간이었다. 1년만에 소집해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힘이 돼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상황이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갔다"고 돌아봤다.

황인범은 소집기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친선경기 장소인 오스트리아 내 숙소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대표팀 경기를 '시청'해야 했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전반기를 끝마치고 지난 19일 입국해 대전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라는 황인범은 "그래도 집은 집이라고, 1년 만에 한국에 들어와 집에 있으니 너무 좋다. 오스트리아에선 10일 넘게 호텔방에서 혼자 지냈다. 무척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황인범은 추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이후에야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현재 전 세계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그중 일부는 음성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경기장에 쉽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황인범은 소속팀으로 복귀하자마자 주말 경기에 나섰다.

"오스트리아에서 격리를 하고 있을 때, 소속팀 감독님 전화가 왔다. 감독님은 평소에 워낙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이시다. '돌아와서 이번 주말에 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하시더라.(웃음) 어떻게 보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나를 믿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 훈련하고 경기에 나서 35분을 뛰었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했다. 경기를 뛰면서 몸을 끌어올리는 것과 훈련을 하면서 몸을 끌어올리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감독님의 배려로 경기 감각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었다."


루빈 카잔 인스타그램 캡쳐
지난 6일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전에서 단독 돌파에 이은 왼발 중거리로 시즌 3호골로 폭발했다. 공은 굴절되지 않았지만, 상대팀 골키퍼는 엉뚱한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황인범은 경기 후 손흥민(토트넘)으로부터 '골키퍼 뭐냐'는 농담 섞인 메시지를 받은 일화를 공개하며 "같은 팀에 로코모티브에서 뛰던 선수가 있어서 '저 골키퍼, 왜 나에게 골을 먹어준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좋은 골키퍼'라고 하더라.(웃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데뷔골도 그렇고 내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서 선물을 준 것 같다"며 웃었다.

황인범은 해외에서 2년, 유럽에서 4개월 가까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고 슬며시 이야기를 꺼냈다.

"카잔이 올 겨울 일본 출신 미드필더를 영입했다. 20세 월드컵에서 일본팀 주장을 맡았던 친구다. 그 전에 나에게 '한국에 좋은 미드필더 없느냐'며 선수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좋은 평가를 받는 젊은 선수를 추천했더니 구단에서 만족해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이적료 등의 문제로 성사가 안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런 다음 일본 선수가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쇼난 벨마레란 팀에서 18개월 무상 임대 조건으로 보내줬다고 하더라. 그런 식으로 유럽에 나간 일본 선수들이 정말 많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걸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한국에 유럽에 나올 수 있는 선수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한다. 실력이 아니라 다른 부분 때문에 못 나오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황인범은 1월초 자가격리를 끝마친 뒤 중순께 카잔의 전지훈련지인 터키로 향해 후반기를 준비한다. 카잔은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다 부진에 휩싸이며 전반기를 9위로 마쳤다. 황인범은 "성적이 올라갈 수 있는 찬스가 있었는데 놓쳐서 아쉽다. 하지만 4위와 5점차여서 충분히 반전할 수 있다. 내 꿈인 유럽클럽대항전 진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휴식기에도 열심히 몸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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