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꾀돌이 박진섭의 야심찬 도전 "FC서울 성적+경기력 모두 잡을 자신 있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12-10 05:30


◇FC 서울 박진섭 신임감독. 사진제공=FC 서울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조용조용한 말투에서도 자신감이 묻어난다.

광주FC를 떠나 FC서울에서 새 도전에 나선 '꾀돌이' 박진섭 감독(43)은 "자신이 없었다면 서울 감독직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독 선임 공식발표가 있던 8일 전화 인터뷰에서 "주위 분들에게 축하를 많이 받았다. 서울과 같은 큰 구단에 가면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걱정하신 분들도 있다. 결국은 내가 더 잘해야 한다. 광주 감독을 처음 맡았을 때 그 심정으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광주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 감독은 2부에 있던 팀을 이듬해 1부로 승격시켰다. 올 시즌에는 광주의 창단 첫 파이널A 그룹 진출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 도중 최용수 전 감독이 사퇴한 뒤 대행의 대행 체제로 시즌을 소화한 서울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젊고 재능있는 박 감독을 선임하는 모험을 걸었다.

지도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할 시기라고 생각한 박 감독은 가족문제가 겹치면서 가족이 머물고 있는 서울행을 강력히 원했다. 서울과 박 감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3년 계약에 이르렀다. 광주 시절부터 함께 한 유경렬 코치도 같이 간다.

박 감독은 '3년'이 다소 파격으로 여겨진다는 데 대해 "계약기간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성적이 안 좋으면 몇 달만에 여러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광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적뿐 아니라 좋은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와 올해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단단한 축구를 펼쳤다. 선수비 후역습으로 전북 현대,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와 같은 강호들의 발목을 잡았다. 다른 '재료'로도 같은 '요리'를 선보일까.


올해 직접 맞붙은 서울을 보며 "끈끈함이 아쉬웠다"는 박 감독은 "어딜가나 내 축구는 똑같을 것이다. 팀을 위한 축구, 조직적인 축구다. 이제 선수들을 파악하는 단계지만, 기술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아 (광주 시절보다)질적으로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겠단 생각은 든다. 구단에서 원하는 '재미있고 역동적인 축구'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의 스쿼드는 작년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미드필더 한승규(전북), 수비수 윤영선(울산)이 임대를 마치고 원소속팀으로 돌아간다. 외국인 선수도 큰 폭으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 지주 박주영과 '파이터' 김원식의 계약기간은 이번 달로 끝난다.

국가대표 공격수로 지난 시즌 성남FC에서 맹활약한 나상호(FC도쿄)와 미드필더 김동현(성남) 등 과거 광주에서 함께 한 두 명의 애제자는 현재 서울과 연결돼 있다.

박 감독은 "이제부터 구단, 스카우트와 선수 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내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다. 팀 사정에 맞춰서 선수단을 꾸릴 것"이라고 했다. 박주영에 대해선 "현재 재계약 협상 중인 걸로 안다. 박주영은 전북의 이동국, 수원의 염기훈과 같은 서울의 레전드다. 대우를 해줘야 한다"며 동행 의지를 내비쳤다.

2021시즌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선 "아직 정해놓은 건 없지만, 작년 성적보단 좋아야 할 것이다. 지금 서울의 위치가 여기 있을 게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은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9위(파이널 B그룹)에 머물렀다.

박 감독이 서울 감독으로 부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광주 구단에 도전 의지를 전달한 뒤 위약금 문제가 불거졌다. 구단주인 광주시장까지 나서 "1년 남은 계약기간을 이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광주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상호 합의하에 계약해지를 결정하면서 한 달 넘게 끌었던 '박진섭 사가'가 풀렸다.

박 감독은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을 광주 선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작별 인사를 건넸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해지가 된 직후 광주 선수들이 눈에 밟혔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모든 선수에게 전화로 서울행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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