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이사장 "마라도나는 태양, 마치 가까운 사람이 떠난 것처럼 먹먹"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11-26 18:2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마치 가까운 사람이 떠난 것처럼 먹먹하네요."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별세 소식이 누구보다 안타까운 축구인 중 하나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천재'였던 마라도나는 26일(한국시각)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티그레 자택에 있던 마라도나는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구급차 9대가 출동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향년 60세.

마라도나는 한국과 인연이 깊었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두고 한국과 일본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가운데, 한국 지지를 선언했고, 1995년 은퇴 후 복귀전도 한국에서 치렀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는 조추첨을 위해 내한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월드컵이었다. 두번의 월드컵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한국과 맞붙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는 선수로 나서 3대1로 이겼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 한국을 4대1로 격파했다.

두 번의 월드컵, 공교롭게도 그날 현장에 모두 허 이사장이 있었다. 허 이사장은 1986년 대회에서 마라도나의 마크맨으로 치열한 대결을 펼쳤고, 2010년 대회에서는 감독으로 지략대결을 펼쳤다. 모두 마라도나의 존재를 넘지 못했다. 허 이사장은 "아침에 소식을 듣고 기분이 묘하더라. 마치 가까운 사람이 떠난 것처럼 먹먹하더라. 요한 크루이프가 세상을 떠났을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라고 했다. 허 이사장은 마라도나를 '태양'에 비유했다. 허 이사장은 "마라도나는 태양이었다. 가장 강렬한 빛을 갖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반딧불' 수준"이라며 "그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과 능력을 가진 축구인이 또 나타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허 이사장에게 '선수' 마라도나는 '천재' 그 자체였다. 허 이사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볼을 쳤다. 키는 작지만 몸아 단단하고 탄력까지 있었다. 몸싸움도 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한마디로 막을 수 없는 선수"라고 했다. 하지만 허 이사장은 "그래도 1986년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우리와 할때 가장 못했다"고 웃었다. '태권축구'라는 비판을 받게 된 마라도나와 충돌 사진에 대해서는 "사진을 보면 좀 억울한 면이 있다. 당시 드리블 과정에서 공이 떠 있는 상태였는데, 결코 고의적으로 가격하지 않았다. 실제로 경고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마라도나는 감독으로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지만, 허 이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허 이사장은 "사실 마라도나는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승부사로, 수 싸움에 능했다"며 "2010년 월드컵 때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태권 축구를 한다'며 심리전을 펼쳤다. 심판들에게 압박을 주는 심리전이었다. 감독으로 성공은 못했지만 어떻게 해야 승리하는데 유리한지 잘 알고 있는 승부사였다"고 회고했다.

허 이사장은 리오넬 메시와 비교를 부탁하자, "비교 불가"라고 했다. 그는 "서로 다른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파워에서는 마라도나가 앞서고, 골문 앞에서의 세밀함은 메시가 앞선다. 두 선수 다 엄청난 천재고, 그런 선수들을 상대하고, 분석하고 지켜봤다는 것은 나의 행운"이라고 했다.

허 이사장과 마라도나는 2017년 다시 만났다. 마라도나가 U-20 월드컵 조추첨을 위해 내한, 허 이사장과 인사를 나눴다. 허 이사장은 "그때부터 마라도나의 몸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대화도 잠시 나눴는데, 정신적으로 흐트러졌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그 만남이 결국 마지막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마라도나는 선수시절부터 약물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1994년 미국월드컵 중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돼 대회 도중 팀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마약, 약물, 음주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 전 뇌수술을 받기도 했다. 허 이사장은 "누구보다 존중받아야 할 축구인이다. 그는 떠나면서도 선수들에게 몸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것 같다"고 말을 맺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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