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끝내 넘지 못한 한끗차, '최다 준우승팀' 울산은 왜 전북을 넘지 못했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1-10 05:20


2020 FA컵 결승 2차전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8/

'코치진,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함께 팬 여러분에게 큰 상처를 드린 데 대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울산 현대 구단은 8일 전북과의 FA컵 결승 2차전, 1대2로 역전패하며 또다시 우승의 꿈을 날린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띄웠다.

2년 연속 리그 준우승, 통산 9회의 리그 최다 준우승에 이어 FA컵에도 세 번째, 수원 삼성, 성남FC, 포항 스틸러스와 함께 최다 준우승 팀으로 기록됐다. 올 시즌 울산의 준우승은 전적으로 '1강' 전북의 벽을 못 넘은 탓이었다. 5번의 맞대결에서 1무4패,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다. 리그 마지막 맞대결에서 0대1로 지지 않고 1대1로 비겼다면, 우승할 수 있었다. FA컵 결승 마지막 맞대결에서 1골만 더 넣어 2대2로 비겼다면 원정 다득점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이 '한끗 차'가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었다. 전북은 사상 첫 더블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환호했고, 울산은 2번의 준우승과 함께 또다시 분루를 삼켰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폭풍영입으로 15년만의 리그 우승, 3년만의 FA컵 우승을 노렸지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또다시 물러섰다. 큰 차이를 만든 이 '한끗 차'는 결국 무엇이었을까.


2020 FA컵 결승 2차전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이승기가 역전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전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8/
승부처 결정력

울산은 분명 지난해보다 경기력면에서 성장했다. 김인성 김태환 등 기존 빠르고 파워풀한 측면에 이청용 윤빛가람 등 공 잘 차는 선수들의 영입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빅리그급 눈부신 패스워크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도훈 감독은 지키는 수비축구 대신 화끈한 공격축구를 다짐했고, 공격적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아가며 확실히 달라진 축구를 시도했다. 멀티골, 다득점이 쏟아졌다. 문제는 잡아야할 경기를 잡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시즌 중 부산 아이파크, 광주FC 등 상대적 약체로 분류된 팀들에게 승점을 내준 것, 한번은 잡아야할 전북을 끝내 한번도 잡지 못한 데서 우승의 명운은 갈렸다.

뒷심 부족

가장 큰 아쉬움은 뒷심 부족이다. 11라운드부터 25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던 울산이 가장 중요한 파이널라운드에서 흔들렸다. 대구FC와의 첫 경기에서 비겼고, 포항,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패했다. 파이널라운드 마지막 5경기에서 전북은 승점 12점(4승1패)을 따냈고, 울산은 승점 7점(2승1무2패)에 그쳤다. 하필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9명의 선수가 한꺼번에 A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것 역시 울산에겐 불리했다. 태극마크는 팀에게도, 선수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똘똘 뭉쳐 발을 맞춰도 모자랄 시기에, 열흘 가까이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며 정상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청용 홍 철 등은 부상으로 고전했다. 파이널라운드 포항과의 맞대결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한 불투이스와 비욘 존슨의 퇴장도 변수로 작용했다. 한 시즌간 유지해온 평상심이 흔들리면서 울산은 진짜 힘을 써야할 시기에 힘을 쓰지 못했다.


2020 FA컵 결승 2차전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전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1.08/
그라운드 내 리더의 부재


전북의 더블 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동국'의 존재감이 있었다. 전북 센터백 홍정호의 "전북의 위닝멘탈리티는 이동국 형님으로부터"라는 증언대로다. 마지막 울산과의 결승전, A급 지도자 연수 중이던 이동국이 벤치에 앉았다. 2-1로 앞서던 후반 43분 그라운드에 들어선 그는 전북 승리의 아이콘이었다. 주전 풀백 이 용과 공격수 한교원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전북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두 골로 역전승을 이끈 전북 이승기는 "동국이형 마지막 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2번 들어올리게 하자고 선수들끼리 마음을 모았다"고 했다.

물론 울산에도 솔선수범하는 이근호 박주호 등 훌륭한 베테랑 고참들이 있지만, 부상으로 인해 출전시간이 줄면서 그라운드 안 리더 역할을 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매년 주축 선수의 절반 이상이 바뀐 스쿼드 속에서 초호화 멤버들간의 결집력, 소속감, 자신감 역시 우승을 밥먹듯 해온 전북과의 차이였다. 위기의 순간을 극복해낼 동력이 부족했다.

'골무원' 주니오, 높은 의존도

올 시즌 리그 27경기에서 26골을 터뜨린 리그 득점왕, '골무원' 주니오는 FA컵 결승 1-2차전에서도 연속골을 터뜨리며 제몫을 톡톡히 했다. 주니오는 울산이 올해 기록한 54골 중 절반에 가까운 26골을 넣었다. 문제는 올 시즌 총 5번의 전북전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가 주니오 1명뿐이라는 데 있다. 전북을 상대로 주니오가 막힐 때 해결사가 전무했다. 전북에서는, 울산을 상대로 한교원 쿠니모토 바로우 무릴로 이승기가 골고루 골맛을 봤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미친 선수'가 한번씩 나왔다. 한교원이 막히면 바로우가, 바로우가 막히면 이승기가 해결했다.

울산에겐 또다시 잔인한 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초호화군단에서 당찬 존재감을 드러낸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 왼발의 공격수 이동경, 멀티플레이어 설영우 등 영건들의 성장은 희망이었다.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K리그1의 뻔한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박빙의 선두경쟁, 적극적인 투자, 대등한 경기력으로 리그의 흥미를 끌어올린 부분 역시 평가받아 마땅하다. 끝내 넘지 못한 한끗차가 더욱 뼈아픈 건 이 때문이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단장)는 "준우승 10번은 절대 없을 것이다. 내년엔 더 강해져 돌아오겠다. 꼭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