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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는 달랐던 '직관' SK 최태원 회장 박수만 치고 떠났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0-10-25 11:07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조용히 박수만 보내고 간 회장님.

제주 유나이티드는 2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25라운드 수원FC전에서 천금의 2대0 승리를 따냈다. 이 경기는 사실상의 K리그2 결승전이었다. 27라운드 종료를 앞두고 제주가 수원에 승점 3점 앞서있었다. 만약, 제주가 승리해 승점 차이를 6점으로 벌린다면 리그 우승과 함께 K리그1 승격 직행 티켓을 획득하는 팔부능선을 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제주가 남은 2경기에서 승점을 1점이라도 따내거나, 수원이 2경기 전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제주의 우승은 확정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깜짝 손님이 방문했다. SK 그룹 최태원 회장이었다. 제주는 SK 그룹이 운영하는 축구단이다. 지난 시즌 충격의 강등을 당하는 아픔을 맛봤지만, K리그2로 떨어졌다고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 투자를 했다. 남기일 감독을 선임하고, 선수 영입에도 거금을 썼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SK가 금세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유명하다. 지난해 11월24일 제주의 강등이 확정되던 수원 삼성전(2대4 패배)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에도 애정이 깊으며, 2017~2018 시즌 SK 나이츠 농구단이 KBL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할 당시에도 경기장에서 '직관'을 했다. 당시 경기 후 오랜팬인 상대 선수 김주성(현 원주 DB 코치)과 이상범 감독을 직접 찾아가 위로의 인사를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아무리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룹 오너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최 회장이 2부리그 경기를 지켜봤다는 자체가 이례적인 일. SK 그룹 행사가 제주에서 있었다고 하지만, 평소 축구단에 대한 애정이 없고 중요한 경기였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쉽사리 경기장행을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1년 전 팀의 참혹한 패배를 조용히 지켜보고 자리를 떴던 최 회장은, 약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경기를 봤다. 선수들의 화끈한 플레이에 경기 후 기립 박수를 보냈다. 보통 마무리가 잘 되면 오너가 선수단을 찾아 격려의 인사도 건네고, 금일봉도 주기 마련. 하지만 최 회장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최근 프로 스포츠 현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선수단과 외부 인원들의 차단에 힘을 쓰고 있다. 자신이 그룹 회장이라고 해도, 필드나 라커룸에 내려가면 방역 활동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 실제 경기가 진행될 때도 주변에 수행원들 없이 철저히 거리두기를 한 채 홀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장 출입 때 열 체크 등 방역 지침을 모두 준수했음은 물론이다.

경기 전에도 최 회장이 경기장에 온다는 건 구단 일부 직원들면 극비 사항으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방문하는 게 알려져 선수들의 경기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다고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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