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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살린 수트라이커'정승현 "라모스처럼 팀 위한 골 계속 넣고싶다"[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05 05:21



"라모스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울산을 위한 골을 넣고 싶다."

'울산의 국대 센터백' 정승현이 2일 K리그1 24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멀티골로 팀의 4대1 대승을 이끌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전반 4분만에 상주 정원진에게 아찔한 선제골을 내줬다. 전북과 승점이 같은 '다득점 8골 차' 박빙의 1위, 15년만의 우승을 원한다면 반드시 '이겨야 사는' 한판 승부에서 이날의 히어로는 울산 유스 출신 센터백 정승현이었다.

전반 32분, 홍 철의 크로스에 필사적으로 튀어오른 정승현의 고공 헤더가 작렬했다. 5분 후인 전반 37분, 이번엔 정승현의 발끝이 번뜩였다. 박정인이 떨군 볼을 문전에서 톡 차 넣으며 2-1, 순식간에 승부를 뒤집었다. 울산은 후반 교체 투입된 비욘 존슨의 2골을 더해 4대1, 한가위 연휴 대역전승을 거뒀다. 파이널A 3경기를 남겨두고 천금같은 승점 3점을 적립했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승점 54로 선두를 지켰고, 3일 포항에 0대1로 패한 2위 전북(승점 51)과의 승점 차는 3점으로 벌어졌다.

정승현은 "선제골을 먹고나서 '큰일났구나' 했다. 전북에게 패한 후 대구와 다 이긴 경기를 비기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상주에게 시작부터 골을 먹으니 가슴이 답답했다"더니 올 시즌 모든 울산 선수들이 말하는 한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질 것같진 않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생애 첫 멀티골로 울산을 구한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 정승현의 활약에 팬들은 난리가 났다. 세계 최고 '수트라이커' 세르히오 라모스(레알마드리드)에 빗댄 '울산 라모스' 애칭에 정승현은 반색했다. "라모스를 정말 좋아한다. 수비도 잘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어김없이 골을 넣어준다. 라모스 영상을 찾아보면서 연구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회심의 멀티골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승현은 "피나는 연습의 결과"라며 싱긋 웃었다.

정승현은 일본 가시마 시절 하네다 수비 코치의 조언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 "하네다 코치는 항상 '수비수는 세트피스에서 골을 넣어야 한 단계 높은 클래스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최고의 수비수가 되려면 골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헤딩 기술이 많이 부족했는데, 이 말을 새기고 정말 연습을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홍)철이형, (김)태환이형과 훈련 후 세트피스, 헤딩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공격수들과 함께 매일같이 훈련했다"고 했다. 올 시즌 '골무원' 주니오의 골이 터질 때마다 '하늘 향해 두 팔 치켜드는' 기도 세리머니를 함께 해온 정승현은 '골무원'의 기를 제대로 받은 것 아니냐는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주니오의 움직임도 유심히 지켜봤다. 주니오는 문전에서 미리 볼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더라. 그런 걸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두 골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훈련에서 노력한 부분이 결과로 나온 것이 너무 기쁘다"는 정승현은 "우승으로 가려면 가끔 '미친 선수'가 나와줘야 한다. 수비수도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어줘야 한다. 남은 경기, 세트피스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라모스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듯, 팀을 위해서 중요한 순간에 골을 넣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유스 출신 국대' 정승현에게 15년만의 울산 우승은 누구보다 간절한 꿈이다. 정승현은 전북과의 우승 전쟁을 낮은 자세, 겸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전북은 분명 우리보다 위다. 전북은 강팀이다. 훌륭한 선수도 많고, 좋은 팀이고 대단한 팀"이라고 인정했다. "전북을 이겨야 진짜 우승이라는 김도훈 감독님의 말씀에 공감한다. 지금은 더욱 그렇다. 우리 선수들도 모두 공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승현은 5일 '울산 동료' 7명과 함께 '벤투호'에 합류한다. 9일 오후 8시, 12일 오후 8시 두 차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김학범호 후배들과 맞대결을 펼친다. 정승현은 "이벤트 경기라고 해도 누군가에겐 간절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저 역시 간절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상주전 직후 휴식없이 A대표팀에 합류하는 것과 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표팀 발탁은 언제나 영광스럽고, 아무나 갈 수 없는 자리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 '절친' 이영재(강원)와 오랜만에 함께 뛸 일도 기대된다. 대표팀에서 축구하면서 리프레시(refresh)하고 오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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