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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분vs88분', 출전시간이 말하는 이강인과 쿠보의 극명한 입지 차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7-13 09:15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16분 vs 88분',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축구 에이스의 입지와 희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간이다. 실력과 상관없이 이강인은 소외되는 반면 쿠보 다케후사는 중용되고 있다. 이강인이 하루라도 빨리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팀을 찾아야 할 이유다.

이강인과 쿠보는 13일(한국시각) 나란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6라운드에 출전했다. 이강인은 이날 스페인 레가네스의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부타르케에서 열린 레가네스와의 원정경기 때 선발에서 제외됐다. 상당히 의아스러운 결정이다. 이강인은 바로 직전 라운드였던 지난 8일 바야돌리드 전에서 후반 44분 짜릿한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던 일등 공신이다. 당시 이강인의 플레이는 눈부셨다. 폼과 체력 면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어보였다. 때문에 레가네스전 선발 출전도 기대됐다.

그러나 이강인이 아무리 결정적인 골을 넣었어도 팀내 입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발렌시아 임시 사령탑 보로 감독은 레가네스 원정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선발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이강인은 우리 선수 중 한 명일 뿐이다. 선수 개인이 아니라 모든 걸 고려해 최고의 가치 판단을 하겠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후 많은 유럽 언론들이 이강인의 벤치 대기를 예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강인은 바야돌리드전처럼 후반 29분이 돼서야 조커로 투입됐다. 16분 여를 뛰었지만,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지난 바야돌리드전처럼 되지는 않았다. 사실 후반에 채 20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 투입되면 제 실력을 전부 보여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이강인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발렌시아도 강등권에서 허덕이는 레가네스에 0대1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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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강인이 불안정한 입지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사이 쿠보는 팀과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많은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쿠보는 이날 스페인 세비야의 라몬 산체스 피후안에서 열린 세비야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결과적으로는 쿠보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후반 종료 직전 교체될 때까지 약 88분을 소화했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팀도 0대2로 졌다. 하지만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확실한 주전임을 각인 시켰다. 이강인에게 냉정한 발렌시아 임시감독과 달리 마요르카의 지휘관인 비센테 모레노 감독은 쿠보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쿠보가 지난 1년간 많이 발전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돌아가더라도 충분히 주전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며 칭찬을 퍼부었다.

쿠보는 레알 소속이지만, 출전기회 확보를 위해 지난해 여름 마요르카로 임대됐다. 비록 강등권 약팀이지만, 쿠보에게는 따뜻한 신뢰와 수많은 출전경험을 제공한 좋은 팀이었다. 쿠보는 애정과 관심 속에 착실히 실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이강인은 냉정한 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이강인에게는 환경 변화가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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