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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그들만의 '첫승 더비'에서 부산 아이파크가 웃었다.
참으로 힘겨운 짜릿한 시즌 '첫승'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인천(2무5패)과 부산(4무3패)은 올 시즌 유이하게 첫승을 거두지 못한 채 하위팀간 '외나무 혈투'를 벌여야 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아무래도 열세인 인천이 몹시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간 반면 부산은 거세게 밀어붙이고도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해 한동안 손에 땀을 쥐게만 했다. 하지만 5년만에 승격한 1부리그 무대에서 꿈의 첫승을 보여주고 싶었던 부산의 열망이 상대적으로 더 강했고 결국 길을 뚫었다.
모순(창과 방패)의 대결이었고 결국 아무것도 뚫리지 않은 전반이었다. 3-4-3 포메이션을 꺼낸 인천은 지키는 데 주력했다. 반면 부산 4-1-4-1 포메이션으로 물러서는 인천을 흔들어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조덕제 부산 감독은 다양하게 준비했다. 포진도에는 원볼란치가 권혁규였지만 호물로를 투입해 연결고리 역할을 하도록 했고, 19세의 장신(1m90) 신예 권혁규를 공격에 적극 가담시켜 기동력과 높이를 활용했다. 좌우 측면 공격수 권용현과 이동준도 위치를 바꿔가며 인천을 흔들었다.
하지만 애를 태울 뿐이었다. 인천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데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16분 호물로의 프리킥에 이은 권혁규의 헤더가 인천 골키퍼 정 산의 호수비에 막혔고 27분 이동준의 재치 있는 가로채기를 받은 이정협이 결정적인 터닝슛을 날렸지만 힘이 너무 실리는 바람에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전반 추가시간, 김문환이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흘러나온 공에 강력한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역시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무산됐다.
인천은 전반 20분 무고사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넘긴 것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위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의 결과만 놓고 보면 인천의 판정승이나 다름없었다. 실점없이 안정적으로 지켜내는 실속을 챙겼기 때문이다.
후반 : 부산 '땅을 쳐도 두드렸더니 열렸다'
하프타임에 권용현 대신 김병오를 투입한 부산의 공격 본능은 후반에도 멈추지 않았다. 인천은 여전히 주도권을 내줬지만 역습 한방을 노렸다.
전반과 마찬가지로 부산이 열심히 두드렸지만 인천은 골문 계속 '열릴듯 말듯'이었다. 후반 7분 측면 돌파한 김병오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8분 이동준이 문전 헤더는 왼쪽 골기둥을 살짝 빗나갔다. 이에 곧바로 인천도 위협적인 역습으로 응수했다. 긴 골킥이 송시우를 거쳐 김호남에게 연결돼 좋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김호남의 슈팅이 부산 골키퍼 김호준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후반 10분 이정협이 문전 쇄도 중 골키퍼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무효로 판정된 것도 부산을 아쉽게 했다. 26분에는 권혁규의 강한 슈팅이 인천 수비수 김연수의 다리를 맞고 크게 바운드되며 튀어올라 골로 연결되는 듯했지만 또 정 산의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고 했던가. 부산의 집요한 득점 야망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32분 부산의 간판 젊은피 김문환이 해결사였다. 김문환은 호물로의 패스를 받아 PA 오른 측면을 향해 치고 들어가는 척하다가 오른발 기습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25m 지점에서 때린 것이 골문 오른쪽 윗구석을 적중하는 그림같은 중거리 골이었다.
김문환의 이 한 방에 잘 싸우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해 간을 졸였던 부산 팬들의 체증도 시원하게 뚫렸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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