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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울산아이돌' 설스타 설영우가 떴다!#유상철#김태환#아놀드[애프터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6-11 05:30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별명이 '설스타' 라던데?"

돌발 질문에 '1998년생 울산 풀백' 설영우(22)가 웃음을 터뜨렸다. 울산대 시절 구름 소녀팬을 몰고 다니는 그를 동료들은 '설스타'라 불렀다. 아이돌 멤버 '아기병사' 박형식을 쏙 빼닮았다는 말에 "아, 그런 말 들은 적 있다"며 싱긋 웃는다. '울산 아이돌' 설영우는 지난 6일 K리그1 5라운드 포항과의 동해안더비(4대0승)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초호화 군단 울산에서 국대급 선배들과 어우러져 자신의 100%을 쏟아내는 당찬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설영우가 나올 줄 몰랐다"고 했고, 김도훈 울산 감독은 "잘할 줄 알았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설스타'의 데뷔전 후 그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울산대 시절 설영우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보직변경' 유상철 감독

현대중고-울산대 출신 '울산 유스' 설영우는 원래 고3 때까지 측면 공격수였다. 울산대 진학 후 유상철 감독의 권유로 윙어에서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유 감독은 영리하고, 힘과 체력, 공수 능력을 골고루 갖춘 설영우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봤다. 자신과 같은 멀티플레이어로 적극 활용했다. 설영우는 "주로 사이드백으로 뛰었지만, 어떤 날은 미드필더로 올라서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센터포워드도 봤다. '제2의 유상철'이라는 과분한 칭찬도 들었다. 영광이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 감독 덕분에 축구 인생이 바뀌었다. 프로 데뷔전 직후 췌장암 투병중인 은사, 유 감독을 향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감독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종종 문자로 안부인사를 드린다. 스승의 날에도 연락드렸다. 제겐 너무나 감사한 분, 사이드백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분이다."


투혼 풀백 김태환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룸메이트' '강철멘탈' 김태환

설영우는 '울산 투사' 김태환의 룸메이트다. 이날 4골을 넣고도 '한 골 더 넣자'를 외쳤던, 투혼의 풀백 김태환이 설영우에게 내린 지령은 짧고 굵은 한마디. "네 맨투맨 상대 못 걸어나오게 하라"였다. 그날의 동해안더비는 '살기등등' 전쟁이었다. 설영우는 "경기중 지치려 하면 반대쪽 태환이형을 봤다. 나도 모르게 더 뛰게 됐다. 90분 이후에도 치고 나가는 태환이형을 보며 '와, 저 선수는 뭘까'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 했다.

후반 넘어진 설영우의 배 아래 공이 깔렸다. 만회골 생각에 맘 급했던 포항 권완규가 공을 빼내려 발로 설영우의 배 부위를 가격하는 듯한 장면이 나왔다.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설영우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우리형' 김태환이었다. 설영우는 "뒹굴고 있는데 항의하는 태환이형 목소리가 들렸다. 엄청 든든했다. 태환이형이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며 웃었다. "축구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다. 끝나고 사과도 하셨다. 프로 세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배웠다"며 웃었다.

칭찬일색이었던 데뷔전 대승 후 김태환이 후배 설영우에게 말했다. "야, 오늘 뭐 했냐? 그렇게 해선 아무것도 안된다." 애써 잠을 청하는데 '두둥' 김태환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잘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올라설 수 있다. 다시 잘 준비하자. 자라.' 멘탈을 잡기 위해 김태환 영상을 애청한다는 설영우는 "형은 진짜 속정 깊은 사람이다. 눈물이 다 날 뻔했다"고 했다.


스피드 레이서 김인성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왼쪽라인' 김인성

"형하고 1대1 훈련한 것처럼 하면 돼. 형보다 빠른 사람 없어. 충분히 할 수 있어." 동해안더비 첫 경기를 앞두고 설영우와 첫 왼쪽라인 호흡을 맞추게 된 윙어 김인성의 응원은 큰힘이 됐다. 설영우가 동계훈련에 합류한 이후 김인성은 개인훈련 때마다 1대1 돌파 훈련 파트너로 설영우를 택했다. "수비력, 맨마킹이 좋고, 힘과 스피드도 갖췄고, 영리하고 능력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김인성은 이날 설영우를 믿고, 거침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영우가 흔들리면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믿고 더 공격적으로 했다"고 했다.

설영우는 "나는 스피드가 좋은 선수가 아니지만, 상대를 괴롭히는 법을 안다. 빠르게 뛰는 선수를 막을 수 있는 자신감은 인성이형과의 훈련 덕분"이라고 했다. "처음엔 떨렸는데 20분이 넘어서면서 녹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정)승현이형, (김)인성이형, (신)진호형이 실수 100개 해도 다 막아준다고 했다. 최후방엔 (조)현우형이 있고 두려울 게 없었다"며 당찬 플레이의 이유를 설명했다.


66번 설영우의 데뷔전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 66번,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

설영우의 등번호는 66번이다. 가장 좋아하는 '리버풀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22)의 번호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풀백 중 하나이고, 나이도 똑같다. 늘 경기 들어갈 때 이 선수의 스페셜 영상을 챙겨본다"고 귀띔했다. 아놀드를 닮고 싶은 설영우가 울산의 내로라하는 선배 풀백들에게 밀리지 않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왼쪽 풀백에는 (박)주호형, 데이비슨, (정)동호형 등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내가 좀더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투지 있는 플레이, 젊은 피답게 한발 더 뛰는 것, 나는 그걸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프로의 첫 발을 뗀 22세 풀백, '설스타'의 첫 시즌 꿈은 "앞으로 경기를 계속 뛰는 것.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내년 도쿄올림픽도 출전하는 것"이다. 내친 김에 축구선수로서의 꿈도 물었다. "모든 선수의 로망인 월드컵에 나가보는 것. 그리고 은퇴를 울산 현대에서 하는 것." 동해안더비 '데뷔전 대승'을 이끈 울산 유스다운 대답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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