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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더비의 아이콘'신진호"엄청 끓어오르지 않을까요?"[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6-04 05:20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종료 휘슬이 울렸는데, 도저히 자리에서 못 일어나겠더라."

'울산 현대 캡틴' 신진호(32)는 지난해 12월 1일 포항과의 시즌 최종전의 아픔을 이렇게 기억했다. 우승을 확신했던 그 경기에서, 울산은 다득점 1골차로 우승을 전북 현대에 내줬다. 비기기만 해도, 100골을 먹어도 2골만 넣었으면 됐을 그 경기에서 울산은 1대4로 완패했다. 6년 전 그날과 거짓말처럼 똑같은 악몽에 현장 울산 팬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뭔가에 씌인 것같다'며 머리를 감쌌다.

초겨울 칼바람에 심장까지 얼어붙은 듯한 그날의 그라운드, 신진호는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부상 때문에 시즌 마지막을 함께 뛰지 못했다. "관중석에 있어 더욱 가슴 아팠다. 동료들에게 힘이 못돼 안타깝고 미안했다. 동료들이 이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감당해낼까. 저 힘든 마음을 어떻게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오직 그 생각만 했던 것같다."

그날 이후 또 6개월이 지났다. 울산은 또다시 K리그1의 강력한 우승후보이고, 신진호는 주장 완장을 찼다. 6일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에서 펼쳐질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 165번째 운명의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캡틴' 신진호에게 팀 분위기를 물었다. "음…, 포항 이야기하는 걸 다 안좋아해서…"라더니 "다들 속으로 끓어오르는 게 엄청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프로의 운명은 참 얄궂다. 축구화가 인생을 어디로 이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미칠 듯 사랑하던 팀을 어느날 적으로 만나기도 하고, 죽을 듯 덤벼들던 적과 어느날 둘도 없는 동료가 되기도 한다. 포항 유스 출신 울산 캡틴, 포항에서 3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신진호 역시 지난해 울산 유니폼을 입은 후 어쩌다 '동해안더비'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해 5월 첫 동해안더비, 포항 원정에서 그는 주인공이었다. 경기전 그는 "포항 떠난 지 오래 됐으니 골 세리머니를 하겠다" 공언했고, 거짓말처럼 선제골을 꽂아넣었다. 그러나 이날 울산은 1대2로 패했다. 역대 통산 전적은 53승50무61패, 작년 4차례 맞대결에서 울산은 포항에 1승3패, 절대 열세였다.

올 시즌 첫 맞대결이다. 울산은 개막 후 파죽의 2연승을 달리다 승격팀 부산, 광주에 '2무'. 다소 주춤한 분위기에서 '숙적' 포항과 맞닥뜨리게 됐다. 포항은 인천 원정에서 4골을 몰아치며, 상승세를 탔다. 상반된 분위기에서 다시 운명처럼 마주한 포항전은 말 그대로 '이겨야 사는' 전쟁이다. 신진호는 "라이벌 매치다. 동해안더비에선 반드시, 무조건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이번 결과에 따라 자신감도 더 생기고, 분위기 반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대표 투사'답게 광주전 무승부 직후 김도훈 감독의 "더 투쟁적인 팀이 돼야 한다"는 의견에 100% 동의했다. "우승을 하려면 우리는 더 투쟁적이 돼야 한다. K리그에선 기량도 중요하지만 더 투쟁심 강한 팀이 돼야 한다. 더 빠르게, 더 적극적으로, 그런 모습이 훈련서부터 나와야 한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동해안더비의 아이콘'이라는 수사에 신진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더비의 흥행. 팬들의 재미를 위해 좀 욕은 먹더라도, 기꺼이 도발도 하고, 자극도 할 수 있다"더니 "사실 포항은 내게 정말 감사한 곳이다. 좋은 추억도 많다. 그곳에서 성장했고, 고향같은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K리그 팬들 사이에 '울산 우승을 결정하는 건 포항'이라는 우스개가 있더라"는 짓궂은 도발엔 "아니, 어느 팀 팬들이 그러죠?"라며 다시 '투사 모드'가 됐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런 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결국 우리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니까"라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의 강철 캡틴으로서 필승 의지를 다졌다. "라이벌 매치인 만큼 오직 승리를 원한다. 작년 마지막 경기, 뼈아픈 기억 때문이라도 우리는 꼭 이겨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직 팬들을 위해 수준 높은 더비, 신명나는 경기를 약속했다. "팬들을 위해 골이 많이 나는 경기를 하고 싶다. 3골 이상 넣는 경기, 공격적이고, 재미있고, 화끈한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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