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색깔이 분명해서, 더 인상적이었던 초보 감독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5-11 16:38 | 최종수정 2020-05-12 05:3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두달 늦은 신고식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강렬했다.

마침내 문을 연 2020년 K리그. 전세계의 주목 속 펼쳐진 1라운드의 '씬스틸러'는 초보 감독들이었다. 김남일 성남 감독, 정정용 서울이랜드 감독, 설기현 경남 감독, 김길식 안산 감독,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K리그 지휘봉을 잡았다. K리그 새내기 감독들은 기대 이상의 지도력을 과시하며, 1라운드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들 초보 감독들의 1라운드 성적표는 2승2무1패. 김남일 감독과 김길식 감독은 데뷔전부터 웃었다. 성남은 9일 광주 원정에서 2대0 승리를 거뒀다.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의 완승을 거뒀다. 안산은 10일 안양 원정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최약체로 불린 안산은 지난 시즌 K리그2 플레이오프에 오른 안양을 맞아 2년만에 승리를 더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U-20 월드컵의 영웅' 정정용 감독도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9일 K리그2 최강이라 평가받는 제주를 만나, 그것도 원정에서 1대1로 비겼다. 막판 VAR(비디오판독)로 골취소만 되지 않았다면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설기현 감독은 아쉽게 승점 3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첫 승점을 신고했다. 경남은 10일 홈에서 전남과 0대0으로 비겼다. 유일한 패배는 김도균 감독이 맛 봤다. 수원FC는 9일 홈에서 대전하나에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시종 대전하나를 압도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더 주목할 것은 내용이었다. 단순히 패기로 거둔 성적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 하에 만들어진 결과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취임일성으로 공격축구를 천명한 김남일 감독은 정교한 공격작업을 성남에 이식시켰다. 물론 전북의 '닥공'처럼 공격 일변도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공격 전개마다 약속된, 유의미한 움직임이 이어졌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길식 감독도 이름값이 떨어지는 안산을 맡아, 선수들의 의지를 깨웠다. 엄청난 기동력과 압박을 앞세워 안양을 몰아붙였다. 전체적인 짜임새는 떨어졌지만, K리그2는 이처럼 열심히 하는 팀이 자주 이변을 일으켰던 무대다. 안산이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이유다.

이랜드의 경기력도 인상적이었다. U-20 월드컵을 통해 지략가의 면모를 보여준 정정용 감독은 프로 무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였다. 맞춤형 전술로 한 수 위인 제주를 압박했다. 수를 읽는 눈이 남다른 정 감독 특유의 교체 전략도 기가 막혔다. 정 감독의 지략을 앞세운 이랜드는 시즌 내내 무시못할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허정무호 멤버로 함께 한 설기현 감독과 김도균 감독도 특징 있는 지도력을 보였다. 설 감독은 자신만의 전술 축구를 고수하며 다른 그림을 만들어냈다. 김도균 감독도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유기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세밀한 공격작업을 펼치며 지난 시즌 부진했던 수원FC를 확 바꿨다. 결정력만 높인다면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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