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코로나 대비' 깔끔했던 첫 리허설, K리그 개막 준비 '이상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4-23 16:59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첫 연습경기를 벌였다. 수원 말로니가 코너킥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4.23/

[인천=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오랜만에 경기라 저희도 설레네요."

손님을 맞이하는 인천 관계자는 활짝 웃었다. 마침내 K리그가 긴 동면에서 깨어났다. 23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1(1부리그) 인천과 K리그2(2부리그) 수원FC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공식전'이 아닌 '연습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7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코로나19로 숨을 죽였던, K리그가 첫번째로 외부에 공개되는 순간, 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당초 K리그는 2월29일 문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와 대한민국을 강타한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전격적으로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K리그팀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창구였던 연습경기 마저 지난달 17일부터 길이 막혔다. 프로축구연맹은 코로나19 확산 금지를 위한 대응 수위를 높이자는 의미로, 외부팀과의 연습경기 중단을 결정했다. 사실 인천과 수원FC의 연습경기는 당초 지난달 20일 진행할 예정이었다. 각 팀들은 훈련과 자체 청백전으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갔다.


인천=박찬준 기자
마침내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최근까지 강조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부터 일부 완화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개막 시점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4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될 전망이지만, 5월 9일 혹은 16일 개막이 유력하다. 이에 발맞춰 연맹은 21일부터 팀간 연습경기를 허용했다. 미디어에게도 공개하기로 했다. 첫번째 연습경기인 인천-수원FC전은 모든게 멈췄던 K리그가 예열을 시작하는, 출발선이었다.

연습경기지만 준비는 실전을 방불케 했다. 경기를 운영하는 인천 프런트는 이날 경기를 개막 리허설로 삼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홈경기 방역 체계를 테스트했다. 타 구단 관계자까지 찾아와 지켜봤다. 관중 입장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이 실전처럼 진행됐다. K리그 전임 심판진과 의료진도 그대로 투입됐다. 올해부터 K리그 심판을 관장하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심판진을 직접 배정했다.앰뷸런스도 그라운드 한켠에 대기했다. 선수단 역시 구단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경기장 도착 후 이동 동선 역시 공식전과 동일하게 펼쳐졌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첫 연습경기를 벌였다. 경기장 출입구에서 구단 직원들이 취재진의 체열을 측정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4.23/
역시 핵심은 방역 체계였다. 인천 구단은 선수단, 미디어 등 경기장을 방문하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신원 조회는 물론 체온 측정을 통한 발열 여부는 물론 마스크 착용 등을 일일이 확인했다. 인천은 이를 위해 직접 열화상 카메라까지 구입했다. 방문자에게 1회용 장갑까지 나눠주는 꼼꼼함을 보였다.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선수단과 미디어의 이동 동선을 나누고, 미디어 인터뷰는 사방이 막힌 미디어 룸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직접 진행했다. 이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준수, 2m 이상의 간격을 두고 진행됐다.

코로나 시대의 첫 경기, 그라운드 위에는 눈에 띄는 장면이 많았다.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들어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미리 마련한 쓰레기통에 이를 버리고 도열했다. 이어 장비 검사 역시 선수들이 떨어진채 진행됐다. 신체접촉을 최소화하는 의미에서, 서로 페어플레이와 선전을 다짐하는 악수 역시 생략됐다. 음료수와 물병에는 선수의 등번호가 새겨져, 개인 것만 마실 수 있게 했다. 연맹이 모두 사전에 지침서를 내려보낸대로 였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첫 연습경기를 벌였다.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4.23/
연습경기였지만 모처럼의 실전경기에 그라운드는 뜨거웠다. 실전을 방불케하는 몸싸움이 이어졌다.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닌만큼, 잔실수들이 보였지만 하고자 하는 의욕은 확실했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관전하던 양 팀 코칭 스태프들은 고르게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이날 연습경기를 마무리했다. 후반 경기장 밖에서 서포터스 몇명이 "인천!골!"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연맹 관계자는 "연습경기라 특별히 경기장 밖에 대한 지침을 내리지 않았는데 공식전이 무관중이 진행될 경우, 관계자를 배치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는 전반 28분 터진 마사의 결승골을 앞세워 수원FC가 1대0으로 이겼다. 하지만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양 팀 선수단은 오랜만의 실전, 점검이라는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방역 체계부터 경기까지, 첫 판치고는 깔끔하게 진행됐다. 발열자도, 부상자도 없었다. 기다림이 길었던만큼, 준비도 완벽했다. 손님 맞이를 마친 K리그는 이제 개막을 알리는 총성을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K리그의 봄이 임박했다.


인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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