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바꾸고 있는 설기현의 '낮은 리더십'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3-06 06:4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기적 같은 준우승에서 지옥 같은 강등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년이었다. 그 차이가 너무나 커서 모두들 "후유증이 제법 클 것"이라 했다. 하지만 우려는 씻은 듯 사라졌다.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고, 지난 시즌 패배주의는 지운지 오래다. '해보자'는 분위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경남 이야기다.

중심에는 역시 설기현 신임 감독(41)이 있다. 경질된 김종부 감독 대신 경남의 지휘봉을 잡은 설 감독은 젊은 감독 답게 권위주의를 버린, 낮은 리더십으로 경남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최고참' 배기종(37)은 "형님 리더십, 형님 리더십 말로만 들어봤는데, 진짜 형 같다. 설 감독님 같은 감독은 처음 만나본다. 그동안 나이차가 많이 나는 감독과 했는데, 젊은 마인드를 가진 분과 처음 함께하니 어색하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다"고 했다. '캡틴' 하성민(33)도 "진짜 형님 리더십이 이런거 같다. 사실 나이 차이도 얼마나지 않는다. 감독님이 워낙 선수들을 편하게 대해주시니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설 감독은 시원시원하다. 사실 여러 이야기로 설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선수시절 설 감독은 좋은 선배로 유명했다. 일단 '밥 잘사주는 감독'이다. 하성민은 "회식을 한다 그러면 서슴없이 카드를 주신다. 얼마전 중고참끼리 회식을 했는데 시원하게 긁었다. 선수들을 만나면, 항상 첫 마디가 '뭐하고 싶냐', '뭐 먹고 싶냐'다"고 했다. 실제 전지훈련 당시 로비에 있는 까페에서 가장 많이 지갑을 연 이가 설 감독이었다. 선수들의 의견도 잘 들어준다. 선수단 운영은 물론 전술까지, 선수들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대체로 맞춰준다. 설 감독 역시 "결국 핵심은 선수들이다. 나는 선수들이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럽에서 뛴만큼 권위주의도 없다. 의전을 생략한다. 남해 전지훈련 중 선수들이 시내로 나갈 일이 있으면 직접 운전을 해주기도 한다. 하성민은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 급히 제주로 가야했다. 감독님이 직접 운전을 해서 공항까지 태워주시더라.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선수들의 경조사도 적극적으로 챙긴다.

선수단 뿐만 아니다. 프런트에게도 그렇다. 경기와 훈련에 직접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프런트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준다. 너무 당연한 대답에, 오히려 프런트가 놀랄 정도다. "함께 고생하는 팀"이라며 프런트에게도 잘 '쏜다'.

하지만 마냥 풀어주는 것은 아니다. 설 감독이 정해 놓은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가차없다. 배기종은 "감독님은 웃으면서 냉정하시다. 그래서 더 쫓아가게 된다"고 했다. 특히 전술을 강조하는 설 감독은 전술적 역할을 강조하는데, 이를 수행하지 않는 선수는 냉정할 정도로 제외한다. 경남 최고 몸값의 룩은 설 감독 체제에서 외면받고 있다. 감이 아닌 확실한 근거에 의한 행동이다. 설 감독은 훈련, 연습경기마다 드론 등을 활용해 모든 모습을 촬영한다. 하성민은 "감독님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너 이때 압박 들어가야 하는데 안들어갔잖아' 하면 할말이 없다. 한두번은 괜찮지만, 이게 반복되거나 따라갈 마음이 없으면 바로 제외다. 실력이 떨어져도 잘 수행하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니까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전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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