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경기 이겼을뿐?…FC서울 멜버른전 승리가 주는 의미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2-20 05:58


FC서울과 멜버른 빅토리(호주)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첫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박주영이 전반 선제골을 넣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2.18/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서울의 봄을 맞는다? 우린 만든다.'

FC서울이 혼란 끝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결정적인 발판은 18일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첫경기였다.

서울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년 ACL E조 첫경기서 빅토리 멜버른(호주)을 1대0으로 제압했다. ACL PO에 이어 올해 공식경기 2연승이다.

이제 첫 단추를 잘 뀄을 뿐이지만 서울 입장에선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긴 승리였다.

우선 서울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렸던 기성용 복귀 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데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서울은 최근 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무산되는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서울 구단을 더 우려스럽게 만든 것은 기존 선수단이었다. 기성용의 복귀 협상을 차치하더라도 시즌 개막을 코 앞에 두고 마무리 점검 중인 선수단에까지 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했다.

논란 끝 첫경기가 멜버른전이었다. 하지만 서울은 멜버른전 승리로 흔들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완성체는 아니지만 작년보다 안정된 스쿼드란 인상을 줬다.

특히 서울이 야심차게 다시 영입한 아드리아노, 뉴페이스 한찬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게 큰 수확이다. 이들은 후반 교체 투입돼 많은 시간 보여주지 못했지만 선제골 이후 다소 답답했던 서울의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


아킬레스건 수술 이후 경기 컨디션에 대한 우려감이 컸던 아드리아노는 이날 첫 출전해 뒷공간을 노리며 상대를 위협하고 동료와의 패스워크로 압박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으로 걱정을 덜게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아드리아노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에는 시간이 많이 안 걸릴 것이다.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대를 맞히기도 한 한찬희는 최 감독이 바라던 '공격의 다양성'을 구현하는데 윤활제가 될 것이란 믿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내용보다 결과에 만족한다"고 했던 최 감독은 한찬희, 아드리아노, 한승규를 차례로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분위기 전환에 좋았다. 좋은 경쟁 구도로 가는 모습이다"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여기에 멜버른전 승리의 주역이 박주영이어서 극적 효과는 더 컸다. 박주영(35)은 전반 8분 '원샷 원킬'의 해결사 감각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최용수 감독의 복귀 이후 '회춘' 무드를 탄 박주영이 올 시즌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안겨준 골이었다. 지난 ACL PO 케다(말레이시아)와의 경기(4대1 승)에 이어 연속골을 기록하며 '서울의 중심축엔 박주영이 있다'는 존재감을 알렸다.


FC서울과 멜버른 빅토리(호주)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첫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아드리아노의 발리슛이 수비수 맞고 튕겨나오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2.18/


박주영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기성용 불발에 대해)우리 선수들 동요는 없었다. 그렇다 이렇다 얘기할 필요도 없다. 외적 이슈보다 우리는 오늘 경기를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팀의 고참으로서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앞장섰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이 이번 승리로 K리그의 명가의 자존심을 살린 것도 수확이다. 앞서 열린 조별리그 첫경기에서 지난해 1, 2위의 강호였던 전북과 울산이 잇달아 승리에 실패하면서 K리그의 자존심을 적잖이 구겼다. 그만큼 서울에 쏠리는 시선이 많았다. 이에 서울은 보란듯이 화답했다.

한 경기 이겼을 뿐인데 이래저래 '부수입'이 짭짤했던 서울이다. 이제 봄과 함께 시즌 개막에 집중해야 하는 서울이다. '서울의 봄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자'는 선수단의 의기투합이 고조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