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in 방콕] 김학범호, 기쁨의 순간에도 경기 못 뛴 동료 골키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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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김학범호가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경기에 뛰지 못한 제자, 동료를 챙겼다.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0 AFC U-23 챔피언십 호주와의 4강전에서 완벽한 경기력을 앞에워 2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또, 1차 목표였던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결승전이 남아있지만, 선수단은 마음 속에 있던 가장 큰 짐을 덜어내게 됐다.

경기 후 선수단은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는 것에 안도하며, 함께 기뻐했다. 하지만 김 감독과 선수들은 이 과정에서 한 차례도 경기에 나서지 못한 두 골키퍼 동료를 챙겼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 출전 선수를 고르게 기용해 대성공을 거뒀다. 체력도 아끼고, 선수들의 경쟁 심리도 끌어올렸다. 경기장에 도착해 선발 출전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선수들의 말이 큰 화제가 됐었다.

그러면서 필드 플레이어 21명은 모두 잔디를 밟았다. 하지만 경기 감각이 중요한 골키퍼 자리, 여기는 송범근(전북)의 몫이었다. 계속 중요한 경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골문만큼은 나머지 백업 선수들에게 맡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 두 골키퍼이 안준수(가고시마)와 안찬기(인천대)가 묵묵히 훈련 시간 자기 역할을 해줬기에 송범근과 나머지 선수들도 힘을 내 뛸 수 있었다.

김 감독은 호주전 승리 후 마음 속 히어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지금까지 경기장에 나가지 못한 골키퍼 두 명"이라고 답했다. 김 감독은 "골키퍼 포지션은 바꾸기가 너무 어렵다. 쉽지 않다. 선수들도 이해할 것이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경기였기에 선수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하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선수 모두 팀에 녹아들아 하나가 돼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팀의 주축 미드필더인 이동경(울산) 역시 "선수들 역시 그 선수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 선수들이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한 팀으로 북돋아주고 좋은 말도 많이 해줬다. 고맙다. 이 선수들 덕에 좋은 팀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동경도 가진 재능과 비교하면 이번 대회 출전 시간이 부족했다. 조별리그 1차전 중국전을 제외하고 모두 주전이 아닌 조커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중요한 8강, 4강전에서 후반 투입돼 천금같은 골을 넣었다.

김학범호가 이번 대회 5연승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바로 '원팀' 정신이었다.


방콕(태국)=김 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