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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학범슨의 용병술.
2차전 이란전은 선발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중국전과 비교해 무려 7명의 선수가 베스트 11에서 바뀌었다. 조직력이 중요한 축구, 그것도 한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일. 중국전에 뛰지 못했거나, 교체로 나갔던 선수들이 대거 선발로 나섰다. 이란전 역시 후반 경기력이 저조했으나 2대1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되니 우즈베키스탄전 라인업이 궁금해질 정도였다. 김 감독은 "대회 전부터 준비한대로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이번에도 에측 불가능한 변화였다. 이란전 비교 6명의 선수가 다시 바뀌었다. 두 경기에서 한 번도 못뛰었던 윤종규(서울)가 선발로 들어갔고, 다른 대체 자원이 없어 계속 뛸 거라고 예상됐던 주장 이상민(울산)과 왼쪽 풀백 김진야(서울)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체력 관리, 동기 부여, 그리고 조 1위 성과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결과다. 김 감독은 대회 전부터 태국의 덥고 습한 날씨, 그리고 타이트한 경기 일정에 주목했다. 가장 높은 곳까지 가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조별리그 3경기는 선수들이 골고루 뛸 수 있게 돌려가며 기용을 했다. 마치 기계가 계산을 한 듯 선발, 백업 구분을 지어 플레잉 타임을 잘 맞췄다. 체력은 아끼면서, 경기 감각은 끌어올리게 하는 전략이었다.
두 번째는 동기 부여. 김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두고 "딱히 주전이라고 할 선수는 없다. 23인 전원이 주전이다. 상황에 맞게 기용하고, 선수들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들어가든 자신들의 역할을 해낼 준비가 돼있다"고 자신했다. 조직력 문제가 대두됐지만, 기회를 얻고 싶은 선수들의 간절함이 그 문제를 희석시켰다. 1차전에 못뛴 조규성(안양)이 기다렸다는 듯 2차전 이란전에서 골을 넣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바통을 이어받아 오세훈이 날았다. 김 감독은 승리가 굳어지자, 경기를 뛰지 못했던 팀 막내 김태현(대전)에게도 교체 출전으로 기회를 줬다.
마지막은 결과물이다. 만약, 김 감독이 이런 실험적인 전략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면 엄청난 비난이 날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별리그 통과도 아니고 3연승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거뒀으니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대회 전 한국이 속한 C조는 죽음의 조로 평가됐었다. 이제 남은 건 본선 토너먼트. 김 감독은 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방콕(태국)=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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