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의 발롱도르]차붐 옆에 선 '리빙 레전드' 손흥민, 200호골도 가능하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10-23 10:40 | 최종수정 2019-10-23 11:30


사진제공=존 스톡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꿈을 안고 도전했다. '최고' 라는 목표를 향해 10시즌을 쉼없이 달렸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7·토트넘)이 마침내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B조 조별리그 3차전(5대0 토트넘 승)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손흥민이 유럽무대에서 기록한 120번째와 121번째 골. 이로써 손흥민은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갖고 있던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121골)과 동률을 이뤘다. 차 전 감독은 1989년 은퇴할때까지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에서 뛰며 11년간 121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2010년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이래, 차 전 감독보다 2년이 더 빠른, 9년만에 이뤄낸 결실이다.

손흥민에게 차범근은 우상이자 목표였다. 손흥민은 동북고 재학 중이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 유학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되며 함부르크 유스팀에 입단했다.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손흥민은 2009년 함부르크2를 거쳐 18세였던 2010년 성인팀으로 올라왔다.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던 손흥민은 2012~2013시즌 두자릿수 득점(12골)에 성공하며 빅클럽의 눈길을 끌었다. 독일 무대에서 착실히 성장하는 손흥민을 향해 사람들은 '차붐'을 대입하기 시작했다. 차 전 감독 역시 자신의 후계자로 손흥민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독일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며 차 전 감독의 활약상과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손흥민은 차 전 감독과 비교할때마다 손사래를 쳤다.

손흥민은 2013년 새로운 팀에 둥지를 틀었다. 레버쿠젠이었다. 차 전 감독이 6시즌을 뛰며 전성기를 누렸던 바로 그 팀이다. 차붐의 발자취를 따라간 손흥민은 항상 차 전 감독을 생각했다. 특히 홈구장 바이 아레나에서 걸려있는, 1988년 UEFA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차 전 감독의 사진은 큰 자극이었다. 언제나 그 사진을 보면서도 다짐했다. 차 전 감독과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레버쿠젠에서 뛴 두 시즌 동안 29골을 넣은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2015년 여름 다시 한번 변화를 택했다. 자신의 꿈이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였던 3000만유로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첫 해 부진했던 손흥민은 두번째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2016~2017시즌에는 21골을 넣으며 차 전 감독이 갖고 있던 유럽 무대 한시즌 최다골(19골)을 새로 썼다. 매 시즌 두자릿수 득점포를 쏘아올리고 있는 손흥민은 차 전 감독을 넘는 활약을 펼쳤다. 아시아 최초로 EPL 이달의 선수상을 두차례 수상하고, 2018~2019시즌 런던 올해의 선수상, 토트넘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쥔 손흥민은 이날 두 골로 마침내 차 전 감독 옆에 나란히 섰다.


AP 연합뉴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차 전 감독을 넘어,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 된 손흥민이 써내려갈 역사다. 손흥민은 지금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양발을 활용한 강력한 슈팅은 물이 올랐다. 여기에 약점이었던 연계와 좁은 공간에서의 플레이 역시 수준급으로 성장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내리는 평가가 아니다. 불과 하루 전 한국 선수 최초로 발롱도르 최종 30인 후보에 당당히 포함됐을 정도로 전 유럽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스피드형 공격수에서 완전형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는만큼 전성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병역 문제까지 해결하며 가장 큰 걸림돌까지 넘었다. 물론 부상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혹사 논란 속에서도 정상 컨디션을 유지할 정도로 손흥민은 타고난 신체 능력에 관리 능력까지 갖고 있다. 실제 손흥민은 잔부상이 적은 편이다. 전술적으로도 손흥민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수비 전술이 갈수록 세밀해지며 중앙과 측면 사이에 있는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한 전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측면을 기반으로 중앙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한 '스트라이커 출신' 손흥민은 유럽 축구계에서도 몇 안되는 특출난 자원이다. 3~4년 정도 지금처럼 두자릿수 골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토트넘 보다 더 큰 클럽으로 이적할 경우,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다. 빅클럽의 경우, 견제가 분산되는데다, 동료들의 특급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중소 클럽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했던 선수들이 빅클럽 이적 후 대박 활약을 펼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토트넘 역시 수준급 팀이지만, 소위 빅클럽과는 차이가 있다. 손흥민은 최근 계속해서 지금의 활약을 이어가고, 주목을 받을 경우, 충분히 빅클럽에서 뛸 수 있다. 이미 심심치 않게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기량으로 빅클럽에서 뛸 경우, 20~30골도 가능하고, 그렇다면 은퇴 무렵에는 200호골 고지도 도달할 수 있다.


그냥 하는 상상이 아니다. '리빙 레전드' 손흥민이기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