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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1부 승격 광주FC, 뜬금없는 기업 매각설의 실체는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10-23 05:15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 승격 확정 다음 날인 21일, 정원주 대표이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으로 광주FC가 들썩거린다.

정 대표는 제10대 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장 취임 간담회에서 "광주FC를 대전 시티즌처럼 지역 기업에 매각할 필요가 있다. 100억원 가량의 운영비를 낼 기업이 운영했으면 좋겠다"며 한국전력과 광주은행을 콕 집었다. 광주와 같은 시민구단 대전이 현재 하나은행, 신세계 등 대기업과 인수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중흥건설 부회장이기도 한 정 대표는 광주 역시 이른 시일 내에 매각되길 바란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시 운영비 부담으로 올초부터 광주의 매각을 검토한 이용섭 광주시장의 의지를 재차 천명한 의도로 읽히지만, 정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올해 내에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축구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K리그 관계자 A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시티즌은 대전시장의 주도하에 진취적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섰다고 보면 된다. 광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현재로선 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없다. 올 1월부터 시장이 여러 차례 언급했는 데도 어느 기업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 B는 "광주 쪽에선 인수에 나설 마땅한 기업이 없다고 하는데, 대전도 기업이 없긴 매한가지다. 광주에는 중흥건설, 호반건설, 광주은행, 금호 등이 있다. 중흥건설의 경우 재계순위가 높고 현금보유량이 많은 기업으로 알고 있다. 정 대표가 중흥은 쏙 빼고 다른 기업을 직접 거론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광주은행은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광주FC 인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광주 구단측도 당장 기업 인수가 현실성이 낮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기영옥 단장은 22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언젠가는 기업에서 팀을 운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 대표가 얘기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솔직히 말해 현재로선 인수 의향을 보이는 기업이 없다. (팬들이 언급하는)중흥건설이 인수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이제 막 1부로 승격한 상황이다. 내년 1부리그에서 관중,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관심을 가질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광주 홍보담당 이홍주 매니저는 "기업구단 전환은 인수기업의 바람이 아닌 우리의 바람이다. 어느 시민구단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매각이 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면서도 "지금은 큰 변화 없이 내년 시즌에 돌입할 듯 하다"고 밝혔다.

당장 '100억 대박'을 꿈꾸기보다는 시급한 사안을 하나둘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기 단장은 덧붙였다. 올해 80억원의 예산으로 1부로 승격한 광주는 이중 60억원을 시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현재 공사중인 전용구장의 시설 확충 등을 위해선 시 예산에 기대야 하는 구조다. 전용구장의 지붕 문제도 의지만 있다고 해결할 수는 없다. 또한, 1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단을 꾸려야 하고, 동계전지 훈련지도 정해야 한다. 기 단장은 "승격 확정된 직후부터 내년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할 일이 태산"이라면서 "전지훈련지도 고민이다. 일단 일본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대표는 간담회에서 "선수 6명 가량이 교체될 수 있다"며 파이널A 그룹 마지노선인 6위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수원FC 원정을 떠나는 광주는 내달 3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 최종전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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