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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그냥, 전쟁이었어요."
문제가 많은 경기였다. 북한이 취재진, 응원단의 방북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생중계도 협조하지 않았고, 4만명의 관중이 올 것이라고 하더니 무관중 경기를 만들어버렸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양팀 선수들이 전반전 대치 상황을 연출했고, 매우 격렬한 경기가 펼쳐졌다는 정보밖에 얻을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0대0 무승부 결과가 나왔다. 평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알 수 있는 건, 결국 선수단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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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회장은 "그냥 전쟁이었다. 상대 선수들 눈빛이 달랐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축구를 했다면, 상대는 정신력으로 나온 듯 보였다. 정말 거칠었다. 팔꿈치와 손으로 치고, 점프를 하면 무릎으로 가격하는 등의 플레이였다. 다치지 않고 승점 1점을 따온 것으로도 만족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경기 중 황인범(밴쿠버)이 상대에 가격을 당해 양팀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고의로 가격한 건 아니었다고 할 수 있지만, 몸이 재산인 선수들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손흥민은 "최대한 안다쳐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경기에 임해, 경기력이 다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경우 평소 인터뷰 때 상대를 헐뜯거나 비판하는 식의 언행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전 관련 질문에는 정색하는 반응을 자주 보였다. 얼마나 끔찍한 원정길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유니폼을 교환했느냐"는 질문에 "굳이 왜"라고 답하며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북한은 선수단을 홀대했다. 입국 시 필요 이상의 검사로 입국을 지연시키며 스케줄을 흐트러뜨려 밥도 제때 먹지 못했다. 대표팀이 가져간 음식 재료도 사용하지 못했다. 호텔에서는 아예 아무도 외부 출입을 못하게 막아놔 방에만 있어야 했다. 최 부회장은 "2년 전 여자축구로 방북했을 때와 비교하면 반응이 싸늘했고, 추웠다. 이것저것 말을 걸어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경기 개최에는 한국 선수단 뿐 아니라 현장을 찾은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도 깜짝 놀래켰다. 최 부회장은 "FIFA 관계자들이 경기장에 도착해 관중이 없는 걸 확인한 후 깜짝 놀라더라"고 말하며 "이번 경기에 대한 FIFA 제소 여부는 규정을 따져보고, 회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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