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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대역전 드라마 쓴 김기동 감독 "또 아나요? 파이널A에서도 기적 연출할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10-08 05:4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저는 파이널A행 자신 했어요. 선수들한테도 그랬죠. '내가 재수가 없는 케이스가 아니다'라고."

김기동 포항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감독 데뷔 첫해, 그는 드라마를 썼다. 6일 울산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극적인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리액션 부자' 김 감독은 추가시간 이광혁의 결승골이 터진 순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아무도 예상 못한 기적의 파이널A행. 7경기에서 6승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탄 포항은 9위에서 5위로 수직 점프하며, 마지막 남은 파이널A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늦은 밤 김 감독과 통화가 됐다. 언제나 긍정적인 그지만, 이번만큼은 웃음소리가 더 컸다. 김 감독은 "계속 축하전화가 온다. SNS, 문자 포함해 200개가 넘는 축하 메시지가 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파이널A까지는 자신했다. 사실 시즌 초반 목표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였는데 팀 성적이 내려가면서 최소 파이널A는 가야되지 않겠나 했다. 선수들한테도 '걱정마라. 내가 재수가 없는 케이스는 아니다'고 했다"고 했다.

김 감도의 자신감에 선수들이 화답했다. 김 감독은 "부주장인 (정)재용이가 '파이널A 가려면 지금 6승1무는 해야하는데요?'고 하더라. 나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더니 선수들이 합숙을 자청했다. 경기 2일 전만 되면 숙소로 돌아왔다. 추석때도 그랬다. 고참들이 만든 분위기를 후배들이 잘 따랐다. 선수들에게 참 고맙고, 이게 포항의 힘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고비는 9일14일 대구 원정(0대0)이었다. 이전까지 2연승을 달리며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포항은 올 시즌 대구에 유독 약했다. 0대3, 0대2 2연패. 김 감독은 "대구전만 잘 넘으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안졌다. 그 경기가 자신감을 타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경남과의 32라운드(2대1 승)에서 파이널A행을 확정짓고 싶었지만, 서울이 상주에 1대2로 패하며 최종전까지 왔다. 33라운드 상대는 '라이벌' 울산이었다. 김 감독은 "4경기 남겨두고 코치들하고 이야기하는데 내가 '마지막에 결정되겠다'고 했다. 내가 이런쪽으로 좀 잘 맞추는 편이다. 코치들이 '감독님 함부로 얘기하지 마시라'고 웃으면서 그러더라. 결국 마지막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상대가 1위팀이지만 질 것이라는 생각 안했다. 경기 전에 애들한테 '내가 너희들 덕분에 감독상도 받고, 해외토픽에도 나왔다. 이제 한경기 남았다. 전쟁 한번 해보자'고 했다. 이날은 내용보다는 기싸움이 중요한 경기였다. 전반은 잘 됐지만 실수로 골을 내주면서 계획을 틀었다. 우리 핵심인 (최)영준이를 빼고 팔로세비치를 넣었다. 영준이를 빼는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올 4월 최순호 감독의 후임으로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수원과의 9라운드, ? 경기부터 승리하며 4승1무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사실 이때 제일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음 감독하면서 이겨도 불안했다. 그러다가 연패에 빠졌다. A매치 휴식기에 집사람이랑 제주도에 갔는데 아무것도 못먹었다. 아내가 그때 한 이야기가 큰 힘이 됐다. '당신 올해만 감독하고 말꺼야. 1년에 몇경기야? 한경기 마다 올인하면 어떻게 버티냐'고 하더라. 그러면서 '내가 볼때 지도자는 파도와 같다. 큰 파도도 있고, 작은 파도도 있는데 파도마다 용을 쓰면 어떻게 하냐. 힘빼고 있으면 파도에 쓸려 갈수도 있으니 편하게 하나하나 넘어'라고 해주더라. 그때부터 편해졌다"고 했다.

위기는 계속됐다. 4-0으로 앞서다 4대5로 역전패를 당하기도 하고, 에이스였던 김승대가 전북으로 이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한 김 감독은 특유의 긍정적 에너지로 해법을 찾았다. 완델손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며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키워냈고, 최영준을 임대 영입하며 정재용과 함께 최강의 중원을 구축했다. 물론 가장 큰 비결은 '원팀'이었다. 김 감독은 "친한 후배 해설자가 '팀 분위기가 좋다'고 얘기해주더라. 그래서 그랬다. '나는 포항의 감독이 아니라 나이 많은 주장이라고.' 내가 마흔이 넘어서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그때 어린 애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많이 배웠다. 그래서 감독이 된 후에도 선수들에게 장난도 많이 치고 욕도 하고 그런다.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것을 선수들이 잘 봐주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제 한고비를 넘은 김 감독은 또 한번의 기적을 준비 중이다. 가슴 속에서 지웠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대한 목표를 다시 꺼냈다. 김 감독은 "지금까지는 애들이 너무 긴장하면서 왔다. 이제는 편하게 할 수 있을거 같다. 편하면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거다"라며 "다들 파이널A행이 힘들다고 할때도 나는 자신 있게 했다. 나는 우리가 남들 보다 조금 더 노력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도 지금처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ACL? 혹시 아나. 남은 5경기에서도 지금 같은 기적이 벌어질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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