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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21세 국대'김보경 "어린선수들 계속 성장해야 대표팀 발전"[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10-01 07:30


2010년 1월 남아공월드컵 허정무호에 첫 입성했던 스물한살 국대 김보경. 사진=스포츠조선 DB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목표했던 시기에 대표팀에 다시 갈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엔 리그에 집중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

30일 오전 10월 벤투호 명단 발표 직후 '울산 만능미드필더' 김보경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9월 A매치 2연전에서 벤투호의 부름을 받았던 베테랑 김보경의 이름이 10월 스리랑카-북한과의 2연전 엔트리에선 빠졌다. 울산에선 골키퍼 김승규, 영건 이동경이 이름을 올렸다. 28일 31라운드 성남전에서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리그 베스트11에 뽑혔다. 올시즌 12골 6도움, 최고의 폼, 최고의 활약으로 울산의 우승 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축구도사' 김보경의 제외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지만 정작 김보경은 개의치 않았다. "리그에서 중요한 시기인 만큼 팀에 집중할 생각이다. 제가 목표했던 시기에 대표팀에 다시 갈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엔 크게 섭섭하다기보다는 리그에 집중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



김보경 잠비아 데뷔전.

2010년 허정무호에 첫 승선, '황태자 삼총사'로 주목받았던 1989년생 김보경 구자철 이승렬
스물한 살에 태극마크 단 KBK, 이동경 등 후배들에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9년 전, 김보경, 구자철 등 홍명보호 20세 이하 월드컵 8강을 이끈 영건들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허정무호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홍익대 학생이었던 김보경은 2010년 1월9일 잠비아전에서 스물한 살의 나이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거침없는 왼발 크로스로 구자철의 골을 이끌었다. '허정무호 신데렐라, 황태자' '박지성의 후계자'로 회자됐다. 젊은 피들을 향한 기대와 찬사가 쏟아졌다.

9년 후 홍익대 후배이자 울산 룸메이트인 22세 이동경이 2연속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이후 10년째 국대의 길을 지켜온 김보경은 후배들을 향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분명한 건 그 나이 때 제가 실력이 완벽해서 대표팀에 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격을 갖췄다기보다 가능성을 믿어주신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지금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능성을 갖고 가는 것이지 완벽해서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나 역시 23명 안에 들기에는 부족했던 선수였다. 대표팀에 뽑힌 것에 만족하거나 안주해서는 안된다. 더 큰 발전을 위한 동기부여로 삼아야 한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어린 선수들과 베테랑들이 공존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야 대표팀이 발전한다. 동경이 등 후배들이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노력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K리그 유일의 미드필더로 발탁된 직속후배 이동경을 향해 "K리그 울산 대표로 가는 만큼 잘하고, 많이 배우고 와야 한다. 앞으로 해외진출도 노력해야 한다. 할 것이 많다"며 축하와 애정을 표했다.

인터뷰 때마다 김보경 등 울산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더라고 하자 김보경은 특유의 '디스' 농담으로 받아쳤다. "글쎄…, 동경이가 저한테 잘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대표팀 가서 (손)흥민이한테는 포옹을 하고 저한테는 안하던데요.(웃음)"


지난 9월 벤투호의 A매치 2연전에 동행한 울산 김보경, 이동경, 김태환

9월 조지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울산 한솥밥 후배 이동경과 함께 나선 김보경.


울산 14년만의 우승? 베테랑 KBK의 대답

김보경은 31라운드 성남전(1대0승)에서 짜릿한 결승골로 승점 3점을 가져왔다.수원을 2대0으로 꺾은 1위 전북과 동일한 승점66(19승9무3패)의 2위를 가능케 한 값진 골이었다. 무엇보다 주니오, 주민규, 김보경으로 이어진 삼자 패스, 골의 과정이 눈부셨다. 김보경은 12호골과 함께 올시즌 8번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매경기 '커리어하이(개인 통산 최고기록)'를 경신하고 있다. 플레이메이커, 패스마스터 김보경이 풀리는 날은 울산이 되는 날이다. 스스로도 알고 있다. "매경기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승점 3점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7-8월이면 무승부도 문제 없지만 이젠 한번 3점 차가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다. 전북은 승률이 좋은 팀이다. 우리도 3점을 가져와야 (우승)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성남전 승리 분위기를 강원, 포항전까지 이어가야 한다. 4연승을 목표로 승점을 최대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은 결코 쉽지 않은 팀이다. 포항도 상위 스플릿을 목표로 간절하게 나설 것이다. 심지어 '동해안더비'다. 우리가 더 간절하게 해야 한다."

절대 1강 전북은 지난 시즌 스플릿리그 전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14년만의 우승을 목표로 김보경, 윤영선, 주민규, 황일수 등 에이스들을 폭풍영입한 울산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매라운드 피말리는 순위 경쟁, 팬들은 싸움구경에 신이 난다. 전북 시절 우승을 경험한 김보경은 "예년 같으면 이 시기는 전북이 70% 우승을 확정했을 때다. 올해는 전북 입장에서도 낯선 분위기일 것"이라고 봤다. "물론 우승도 중요하지만, 울산이 올시즌 K리그 흥행을 위해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선수들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른 팀들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책임감으로 끝까지 경쟁하려 한다"고 말했다.

리그 막판 우승 경쟁과 더불어 개인상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역대급 활약을 펼친 울산 김보경은 강력한 MVP 후보다. 수원 타카트(16골)를 1골차로 추격중인 주니오는 득점왕 후보다. 'U-22 유일의 국대' 이동경은 유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다. 1위 전북에 비해 울산의 개인상 후보들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 김보경은 이렇게 분석했다. "전북의 개인기록이 우리보다 떨어짐에도 리그 1위라는 사실은 모든 선수들이 고르게 잘한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중요한 시기에 스타 선수, 한방 있는 선수가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에 이 부분이 어떻게 작용할지 봐야 한다."

'축구도사' 김보경에게 울산의 우승 가능성을 물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일단 스플릿리그 들어갈 때까지 이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우승에는 운도 따른다. 아직은 모른다. 경기가 많이 남았다. 한두 경기 남을 때까지 승점 차를 1경기 이상 벌리지 않고, 분위기를 유지해야 우승 가능성이 높아진다. 스플릿리그에서 전북과의 맞대결도 남아 있다. 단 한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2골 6도움, 커리어하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목표 삼은 공격포인트는 달성했지만, 시즌 끝까지 계속 해야 한다. 그래야 팀이 승점을 쌓을 수 있다. 들뜨지 않고 잘 준비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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