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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파괴자' 이강인 18세6개월 한국인 최연소 UCL데뷔, 새 감독 부임후 입지 달라졌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9-09-18 18:00


이강인 사진캡처=발렌시아 구단 SNS

사진캡처=발렌시아 구단 SNS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골든보이' 이강인(18·발렌시아CF)이 한국인 최연소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을 새로 썼다. 18세6개월. 조커로 4분 출전, 평점 6점(유럽 후스코어드닷컴 기준)을 받았다. 그의 기량을 다 보여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새 사령탑 부임 이후 2경기 연속 출전했다. 과거 결장을 밥먹듯 할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국 축구의 미래인 이강인은 '기록의 사나이'다. 그는 지난 6월 폴란드 U-20 월드컵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골든볼(MVP)을 수상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당시 한국은 예상을 깨고 준우승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소속팀에만 오면 작아졌다. 연령대를 타넘어 최고의 유망주라는 FIFA의 인정까지 받았지만 발렌시아에선 늘 주전 보다 벤치였다. 이강인을 두고 발렌시아 구단 경영진의 의견이 엇갈려 내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구단주 피터 림(싱가포르 출신)은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강인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길 원했다. 반면 마르셀리노 감독(최근 경질)은 이강인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검증이 된 선수를 먼저 기용했고, 또 추가 영입 움직임까지 보였다. 결국 이번 2019~2020시즌 개막전 구단 내홍이 터졌고, 이달초 구단주가 마르셀리노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그리고 유망주를 잘 키워내는 신예 셀라데스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 결정은 발렌시아 구단 안팎에 큰 파장을 불러왔고, 팀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하지만 이강인의 입지는 묘하게 달라졌다.

이강인은 셀라데스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던 FC바르셀로나전(지난 15일), 후반 22분 페란 토레스 대신 교체로 들어갔다. 당시 발렌시아는 2대5로 대패했다. 초보 감독 셀라데스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그는 1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첼시(잉글랜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원정 1차전서 이강인에게 또 기회를 주었다. 이강인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후반 45분 호드리고 대신 교체 투입됐다. 이로써 2001년 2월 19일생으로 만 18세7개월이 채 되지 않은 이강인은 한국인 최연소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정우영(현 프라이부르크)이 작년 11월, 독일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고 쓴 만 19세2개월이었다. 벤피카와의 조별리그 경기에 출전했었다.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 손흥민(27·토트넘)의 UCL 본선 데뷔 기록은 만 21세였던 2013년이었다.

발렌시아는 경기 내용에서 밀렸지만 골결정력에서 앞섰다. 첼시는 전후반 경기를 지배했지만 집중력이 아쉬웠다. 첼시가 전반 15분 먼저 부상으로 교체카드를 썼다. 마운트를 빼고 페드로를 넣었다. 첼시는 전반 볼점유율(60%>40%)을 높여가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윌리안의 슈팅이 조금 아쉬웠다. 전반 추가시간에 때린 결정적인 슈팅은 발렌시아 수문장 실러선의 선방에 막혔다.

발렌시아는 전반 내내 수비하느라 바빴다. 또 첼시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않았다. 이렇다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전 흐름도 전반과 비슷했다. 첼시가 공격하면 발렌시아가 기다렸다가 역습하는 양상이었다. 발렌시아는 후반 24분 첫 교체카드를 썼다. 가메이로를 빼고 막시 고메즈를 넣어 공격에 변화를 주었다.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은 후반 27분 공격적인 교체를 했다. 수비수 주마를 빼고 공격수 지루를 투입했다.

발렌시아가 후반 29분 먼저 골망을 흔들었다. 세트피스 찬스를 살렸다. 파레호의 프리킥을 로드리고가 돌아들어가면 왼발로 살짝 터치한게 첼시 골망으로 빨려들어갔다.


램파드 감독은 0-1로 끌려간 후반 34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바클리를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다. 첼시는 후반 40분 VAR(비디오판독) 후 PK 기회를 얻었다. 주심은 첼시 토모리의 헤딩슛 때 바스(발렌시아 수비수)의 핸드볼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바클리가 PK를 찼지만 골대를 때리는 실축을 하고 말았다. 첼시는 결정적인 동점골 찬스를 날렸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후반 45분 교체투입했고 1점 리드를 끝까지 지켜 승리했다.

발렌시아 주장 다니 파레호는 감독 교체 이후 선수 중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은 여러번 있었다. 전임 마르셀리노 감독은 매우 잘 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또 다른 감독과 일한다. 우리의 목표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다. (지금) 보스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나서서 말하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최대한 조용히 나가 싸우는 게 최선이다"고 말했다.

두 경기 만에 승리한 셀라데스 감독은 "나는 선수들의 지지를 알고 있다. 우리는 일을 할 뿐이다.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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