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은 어떻게 여자축구의 '키다리아저씨'가 되었나[이슈따라잡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5-15 11:14



신세계그룹이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키다리아저씨'를 자청하고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15일 대한축구협회와 공식 후원 파트너 협약을 맺었다. "2024년까지 여자 국가대표팀 경기력 향상과 여자 축구 저변 확대 등 축구발전을 위해 총 100억여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공식 협약식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정식' 현장에서 갖기로 했다. 이 협약을 통해 신세계그룹은 대한축구협회 및 여자축구의 메인파트너가 된다. 오직 여자축구만의 메인 파트너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여자월드컵을 앞두고 '가시밭길'을 헤치고 '꽃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온 여자축구대표팀이 큰 힘을 얻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어떻게 여자축구의 '키다리아저씨'를 자청하게 됐을까. 김철민 신세계그룹 홍보부장은 "신세계는 스포츠단을 과거에 운영했지만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분야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에 가치와 의미를 두고 있다. 비인기 종목 후원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신세계는 2012년부터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비인기 동계종목 컬링을 묵묵히 후원해 빛나는 결실을 맺었다. 여자축구 후원 결정은 지난해 말부터 KFA와 긴밀한 소통의 결과다. 김 부장은 "지난해 말 컬링 후원 종료 후 계속 후원 종목을 찾고 있던 중에 여자축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력은 있으나 후원이 부족하다'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더 잘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야기였다. 신세계 그룹이 하면 좋겠다는 판단이 내부에서 나왔고 축구협회와 이야기가 잘됐다. 우리의 관심이 여자축구대표팀과 선수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신세계의 100억 원, 통큰 후원 결정에 반색했다. 실무진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함께 여자월드컵 남북 공동개최 등 여자축구 발전에 같한 관심을 지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비인기 종목 후원에 특별한 의지를 지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윗선의 교감 역시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프랑스월드컵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여자축구 선수들과 꿈나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파트너 계약 과정에서 신세계 그룹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식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티내지 않고, 소리없이 내실 있게 돕고 싶다'고 했다. 이번 프랑스월드컵 출정식에서도 현장에 신세계 로고를 크게 노출하려 했으나,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빼달라고 하더라"며 분위기를 귀띔했다.

여자축구는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3위,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등 남자축구에 비해 한없이 열악한 지원속에서도 매 대회 새 역사를 썼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고, 평양에서 '최강' 북한을 물리치고, 2회 연속 여자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는 등 매순간 혼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다. 신세계의 후원 결정은 지난 10년, 포기를 모르고 도전을 이어온 여자축구의 분투에 대한 의미 있는 보상이다.

신세계 그룹은 향후 여자 국가대표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축구협회와 함께 여자국가대표 A매치를 국내에서 연 2회 이상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등 여자국가대표팀을 우선 지원한다. 여자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여자 축구 지도자 양성 과정을 신설하고 다양한 여자축구 발전 프로그램을 연중 상시 운영할 계획이다. 신세계 그룹의 유통망을 활용한 축구 관련 마케팅도 기대를 모은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파트너로서 축구 발전 지원 및 공동 상품개발 등도 협업할 계획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신세계그룹의 후원은 여자축구 발전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후원 협약을 통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앞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지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허병훈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한국 여자 축구가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호응을 받는 인기 스포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번 후원 협약이 여자 축구의 성장에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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