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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효과있네."
부산 팬과 구단을 더 기쁘게 만든 것은 올시즌 첫 연승가도라는 점이다. 연승은 지난 7일 대전과의 홈경기(2대1 승)서 시즌 첫 홈 승리를 거두면서 시작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홈 첫승을 위해 그토록 간절함을 쏟았던 부산 식구들의 기쁨은 두 배가 됐다. 부산이 '이제는 말 할 수 있다'며 홈 첫승을 위해 쏟아부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5G' 첨단시대에 어울리지 않지만 '토속신앙'에도 기대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고 굿을 하자는 건 아니고 몰래 막걸리를 뿌려보기로 했다. '고수레'를 하듯 골대 주변에 막걸리를 뿌리면서 부산의 슈팅은 골 안으로 들어가고 상대의 슈팅은 골대 밖으로 밀려나가기를 기도했다. 부산의 기운을 담기 위해 딴에는 막걸리도 엄선했다. 부산 지역의 대표 막걸리인 '생탁'을 구입해 뿌렸단다.
대전전 경기 막판 디에고의 슈팅이 왼쪽 골기둥을 맞고 들어가는 순간 프런트들은 쾌재를 불렀다. "막걸리 효과 살아있네."
그런가 하면 김병석 국장은 조심스럽게 양쪽 손목을 내보였다. 오토매틱 손목시계와 염주 팔찌를 각각 차고 있었다. 2년 전 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난 이후 아픔과 함께 책상 서랍 속에 묻어놨던 것들이다.
김 국장은 "조 감독이 계실 때 이것 2개를 차고 승리한 적이 많아 자주 차고 다녔다. 너무 간절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2년 만에 꺼내서 착용했다. 고인께서 하늘에서 도와주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부산 아이파크 조덕제 감독도 간절하기는 마찬가지. 부산에서의 시즌 첫승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대전전 시작전부터 "홈 승리를 하지 못하니 속상해죽겠다. 할 말이 없다"던 조 감독은 속으로 '별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구단 프런트가 뒷이야기를 알려줬다. "감독님이 그러시네요. 24년 만에 부산에서의 승리라고."
조 감독은 선수 시절 부산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에서 '원클럽맨(1988∼1995년)'으로 뛰었다. 작년 말 23년 만에 부산의 감독으로 돌아왔으니 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선수로서 그라운드에서 맛본 승리보다 감독으로서 벤치에서 지휘한 승리여서 감회는 더 새롭다. 구단 프런트가 과거 자료를 찾아봤더니 조 감독의 기억이 정확했다.
조 감독은 대우 시절인 1995년 5월 10일 전남과의 경기(3대2 승)에서 부산에서의 마지막 승리를 경험했다. 당시 조 감독은 2골을, 김주성(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이 1골을 기록했다. 선제골과 천금같은 결승골이 조 감독의 몫이었다.
조 감독이 이 경기를 더욱 잊을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당시 적으로 만난 전남 소속으로 2골을 터뜨린 이가 노상래다. 지금은 조 감독의 부름을 받고 부산에서 공격담당 코치로 한솥밥을 먹고 있으니 묘한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천금같은 홈 승리 덕분에 부산은 우승 후보의 제모습을 찾는 분위기다. 혹시나 하고 뿌린 막걸리 효과 톡톡히 본 셈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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