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를 휩쓴 괴물 공격수, '펠리페 신드롬' 대해부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4-10 05:58


광주 공격수 펠리페가 지난 7일 FC안양전에서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상용(25·FC안양)의 밀착마크도 소용없었다. 헐크를 연상케 하는 힘으로 견제를 뿌리치고 골문 앞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타이밍좋게 날아든 이시영(21·광주FC)의 우측 크로스를 정확하게 이마에 맞혔다. 광주 공격수 펠리페(27)가 시즌 8호골을 작성한 순간이다.

펠리페가 '까다로운 공격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알아도 막기 어려운 괴물 공격수'로 진화할 조짐이다. 개막 후 5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1.6골에 달한다. 2010년 창단한 광주 역사상 시즌 초반에 이런 페이스를 보인 공격수는 없었다. K리그2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힌다. 압도적 득점력을 바탕으로 경남FC와 대전시티즌을 각각 1부로 승격시킨 뒤 K리그1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말컹(24·현 허베이화샤) 아드리아노(31·현 전북현대)와의 비교도 무리는 아니다. 광주 박진섭 감독(42)은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말컹 정도의 능력은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광주 홍보팀 관계자는 "광주는 지난 3년 동안 2명의 K리그2 MVP 겸 득점왕을 배출했다. 2016년 정조국, 2018년 나상호다. 올해는 펠리페에게 기대를 건다. 우리가 공격수 복은 있는 것 같다"며 웃는다.

광주 미드필더 여 름(29)은 "올해 확실히 더 무서워졌다. 힘, 자신감이 붙었다. 여유도 생겼다. 그런데 작년에도 다른 팀 선수들이 마크하길 힘들어했다. 밀어도 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기성용(31·뉴캐슬)의 부친이자 지도자 출신인 광주 기영옥 단장이 지난해 여름 브라질에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영입한 펠리페는 데뷔 3경기째인 아산무궁화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에이스' 나상호(22·FC도쿄)의 공백을 메우며 후반기에만 선발로 13경기에 출전해 7골을 만들었다. 기 단장은 "피지컬(193cm)이 탁월했다. 키가 큰 선수치고는 몸의 밸런스가 잡혀있더라. 기술, 스피드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영입했다"고 밝혔다. 여 름은 "과거 우리 팀에 루시오라는 대단한 공격수가 있었다. 하지만 펠리페는 입단 초반부터 잘해줬다.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전남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광주 펠리페. 한국프로축구연맹
처음부터 모든 게 잘 풀리진 않았다. 박 감독은 "사실 펠리페가 음식 등 환경적인 부분 때문에 힘들어했다. 올해는 여자친구가 와서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올해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더 욕심을 내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여 름은 "나 뿐 아니라 많은 국내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이 오면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해 맛있는 걸 사주곤 한다. 지금은 펠리페가 피자도 쏘고, 커피도 산다. 잘 어울리고 있다. 성격이 좋다"고 했다. 이어 "나도 펠리페와 마찬가지로 (전역 후)후반기에 합류했다. 동계훈련을 다 같이 하면서 (펠리페와)호흡을 맞췄다"며 선수들끼리 서로의 특징을 이해하게 된 것이 펠리페의 초반 골 폭풍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펠리페는 2선 공격수인 이희균, 엄원상을 비롯해 미드필더 여 름, 측면 수비수 이시영 등 다양한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고 있다.

물론 K리그2는 아직 시즌의 1/7도 치르지 않았다. '펠리페 신드롬'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안양은 펠리페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2~3명을 밀착마크 시켰다. 팀 득점(11)의 73% 가량을 책임지는 펠리페를 봉쇄하면 광주의 화력도 잠재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앞으로 광주를 상대하는 다른 팀들도 비슷한 방식의 수비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기 단장은 "더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다른 팀들이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그걸 이겨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여러 공격 루트를 준비 중인데, 지금까진 펠리페 루트만 먹혀들어가는 것 같다"며 다른 공격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여 름은 "펠리페가 연결해주고 싸워주고 득점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한다. 국내 선수들이 옆에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페이스가 시즌 막판까지 유지된다면 광주가 2년 동안의 2부 생활을 청산할 가능성은 그만큼 올라간다. 광주는 초반 5경기에서 3승 2무, 승점 11점을 획득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 단장은 "펠리페뿐 아니라 젊은 선수들도 올해 광주가 승격하는 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펠리페는 "올 시즌 세워 놓은 득점 목표는 없다. 매 경기 집중할 뿐"이라며 "팀에서 나를 배려해준 만큼 나도 팀을 위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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