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위기의 U리그, 아주대처럼 해야 산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4-08 06:00



벚꽃이 휘날리는 4월의 캠퍼스에서 'U리그 자부심' 아주대의 홈 개막전이 열렸다.

아주대는 5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 아주대 운동장에서 2019 대학축구 U리그 강호 광운대와 첫 맞대결을 펼쳤다.

'왼발의 달인' 하석주 감독이 이끄는 아주대의 U리그 홈 개막전은 캠퍼스 봄 축구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아주대 축구부의 홈경기는 전교생의 축구축제다.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아주대 정문앞 그라운드엔 아주대 학생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주말 수업을 마친 재학생, 교직원들이 봄볕이 따사로운 그라운드로 속속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20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아주대 축구부 5기 프런트들이 일사불란하게 학생들을 안내했다. 19학번 신입생 줄은 따로였다.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아주대 축구부'와 친구맺기를 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새내기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주최측이 나눠준 아주대 선수 얼굴이 새겨진 푸른색 클래퍼, 개막 기념선물, 음료를 들고 입장했다. 박형주 아주대 총장, 변석화 한국대학축구연맹회장, 김호곤 수원FC 단장, 조재형 아주대 축구부단장, 이삼구 아주대 축구부 후원회 명예회장, 김흥환 후원회장등 관계자들과 김병지, 김형범 등 레전드 축구스타들도 함께 했다. 인천 계양축구클럽 유소년 꿈나무들도 푸른 유니폼을 맞춰입고 형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눈망울을 빛냈다.






대학 축구 명가의 자존심을 건 아주대-광운대의 한판 승부는 뜨거웠다. 전반 15분 광운대 공격수 박성수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후 "아주! 파이팅!" 안방 응원은 거세졌다. 전반 30분 광운대 코너 플래그 근처에서 신경전 끝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벤치의 하석주 감독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축구청춘'들이 서로 사과하며 손을 맞잡았다. 관중석의 학우들이 "멋지다! 아주!"를 합창했다.

하프타임 행사 역시 프로 못지 않았다. 25만 구독자를 보유한 '레전드 골키퍼' 김병지 해설위원의 1인 채널 '꽁병지TV'가 출동했다. 하 감독과 국가대표, 전남 드래곤즈에서 동고동락한 인연이 U리그까지 이어졌다.'김병지를 이겨라' 이벤트가 시작됐다. 김병지를 상대로 페널티킥 3개를 성공하는 학생에게 '아이팟'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쟁쟁한 남학생 슈터들을 모두 이겨낸 '당찬 여학생' 차다빈씨(21·경영학과17)가 해트트릭에 성공하며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김 위원은 "프로 750경기 넘게 뛰면서 해트트릭을 내준 적도 별로 없는데 여성분에게 3골 연속 먹은 것은 난생 처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주대 개막전에 3년째 오고 있는데, 올해 관중이 가장 많다"면서 "아주대 개막전은 찾아올 만한 가치가 있다. 대학축구 분위기를 아주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과 기념사진을 찍은 차씨는 "입학 후 매년 개막전마다 빠지지 않고 우리학교 축구부를 응원해왔다. 기대도 안했는데 이런 큰 선물까지 받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왼쪽)과 김호곤 수원FC 단장이 아주대-광운대의 U리그 개막전을 관전하고 있다.
후반 휘슬까지 뜨거운 응원전은 계속됐다. 후반 30분 김재민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나자 아쉬움의 장탄식이 쏟아졌다. 치열한 공방은 0대1 패배로 끝났지만, 아주대 학생들은 개의치 않았다. 모든 것을 쏟아낸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주대 축구부와 학생 홈팬들이 단체 인증샷을 찍으며 한목소리로 "아주대 파이팅!"을 외쳤다.

90분 내내 본부석에서 '매의 눈'으로 경기를 지켜본 김호곤 수원FC 단장은 "우리 대학축구가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U리그에 이렇게 많은 학생 관중들이 축구를 함께 즐기는 모습이 너무 기분 좋고, 놀랍다"며 감탄했다. 지역 프로구단 단장의 '직관'은 대학생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다. 김 단장은 "좋은 선수들이 눈에 띄면 당연히 수원FC 스카우트 대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 더 자주 와야겠다"며 미소 지었다.

아주대 축구부에는 프로팀 못지 않게 열정적인 프런트와 동문 후원회가 있다. 기사팀, 응원팀, 기획팀 등으로 분업화된 '재학생' 프런트가 홈경기를 일사불란하게 진행한다. 스포츠 행정가, 스포츠 기자 등을 꿈꾸는 학생들이 모여 아주대 축구부를 홍보하고 후원한다. 기사팀 소속 안주형씨(25·사회학과 16)는 "아주대 축구부는 대학생활 내내 큰힘이 된다. 졸업하신 선배님들도 홈경기는 함께 하신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기업 CEO' 이삼구 명예회장, 김흥환 후원회장이 이끄는 아주대 축구부 후원회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경영대학원 동문이 주축이 된 후원회는 홈경기마다 경기장을 찾는다. 후배들의 플레이를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선수별 특성과 전략도 줄줄이 꿰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회식비, 동계훈련비, 장학금을 기꺼이 내놓는다.


체육 특기생들로 이뤄진 운동부 중심의 대학 스포츠는 최근 위기다. 축구선수를 목표 삼는 학생들은 대학 진학 대신 프로구단으로 직행한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부담보다 실리를 택한다. 프로구단이 재능 있는 '고졸'들을 입도선매하면서, 대학리그 수준은 하향평준화되고 있다.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들이 1, 2학년을 마친 후 자퇴, 프로로 떠나면 팀워크는 엉망이 된다. 프로로 간 일부 어린 선수들은 기회를 잡지 못해 실력이 퇴보한다. 대학도, 선수도 뒷걸음질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만의 리그'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학교, 동문, 지역, 축구를 하나로 묶어내는 아주대의 좋은 예는 대학 스포츠가 가야할 길이다. 하석주 감독은 "대학 스포츠는 침체기지만 우리 아주대는 더 많이 소통하려고 한다. 더 많은 이벤트를 통해 학우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 감독은 "아주대 학생들은 '우리학교 축구부'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함께 응원하고, '아주대!'를 외치면서 더불어 어울리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며 뿌듯함을 표했다. 하 감독은 "원정 경기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아주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다른 학교들도 함께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선수와 학생들이 맘껏 뛸 수 있는 인조잔디구장을 짓고, 홈경기를 축제로 만들고, 축구 동아리와 교류하고, 라이벌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학생들과 함께 한다면 프로 못지않게 흥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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