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가' 최순호-김병수의 지략대결, 포항이 웃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4-03 21:24



"분명히 무슨 의도가 있을텐데 말이죠."

포항의 선발 라인업을 본 김병수 강원 감독은 한참이나 전술판을 들여다봤다. 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 강원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5라운드는 양 팀 감독의 지략대결로 후끈 달아올랐다. 최순호 포항 감독과 김 감독은 K리그의 대표적인 지략가다. 최 감독은 평소에도 전술 이야기라면 몇시간을 할 정도로 전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김 감독은 영남대 시절부터 신출귀몰한 전술로 유명했다. 과거 포항에서 함께 지냈던 두 감독은 평소에도 자주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시즌 첫 맞대결, 당연히 화두는 전술이었다. 최 감독이 허를 찔렀다. 올 시즌 단한번도 나서지 않은 송민규를 왼쪽 윙어로 내세웠고, 오른쪽 윙백으로 주로 뛰던 김용환을 중앙에 기용했다. 이를 본 김 감독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분명 특별한 전략이 숨어 있을거다. 평소와 다른 포메이션을 설 가능성도 있다. 그를 빨리 간파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 감독은 강원전에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최 감독은 "강원이 4-3-3을 축으로 하지만 수비시에는 5-4-1, 공격시에는 2-5-3 형태로 포진한다. 지난 두 경기에서 보니까 각 위치마다 숫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명확하더라. 어느정도 패턴도 만들어졌다"며 "이런 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1대1로 붙던지, 아니면 존으로 서야 하는데, 일단 오늘은 존으로 서기로 했다"고 했다. 기동력과 스피드를 갖춘 김용환에 수비적 역할을 부여하고, 제리치를 잡기 위해 피지컬이 좋은 외국인 수비수 블라단을 선발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최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이전 경기에서 탄탄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펼쳤던 강원은 포항의 대응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렇다할 공격활로를 찾지 못했다. 반면 포항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선봉은 송민규였다. 송민규는 저돌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좋은 찬스를 잡았다. 전반 37분 터진 결승골도 그의 발끝에서 나왔다. 과정이 작품이었다. 이상기가 가운데로 내준 볼을 정재용이 원터치 패스로 송민규에게 연결했고, 송민규는 침착한 오른발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송민규의 K리그 첫 골이었다.

후반 김 감독이 대응에 나섰다. 라인을 더 올려 공격적으로 임했다. 김지현 윤석영 정조국을 연이어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하지만 포항의 수비는 견고했다. 포항은 탄탄한 수비 속 적절한 역습으로 남은 경기를 잘 마쳤다. 결국 경기는 지략대결에서 웃은 포항의 1대0 승리로 마무리됐다. 포항은 시즌 2승(3패)을 신고하며 중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연승을 달리던 강원은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포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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