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콜롬비아]'기성용 공백' 지운 '팀 빌드업', 벤투호 더 빨라졌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3-26 21:55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펼쳤다. 후반 이재성이 다시 앞서는 골을 성공시켰다.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는 이재성.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3.26/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이후 가장 강조한 것이 '빌드업'이었다.

한번에 때려넣는 '뻥축구' 대신 골키퍼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축구를 추구했다.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2대0 승)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11월 우즈베키스탄전(4대0 승)까지 벤투식 빌드업축구는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많은 기대 속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에 나섰지만, 결과는 충격적인 8강 탈락이었다. 벤투식 축구의 근간이었던 빌드업 축구가 상대의 밀집수비 속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특히 빌드업의 중추였던 기성용(뉴캐슬)의 부상 이탈이 결정적이었다. 필리핀과 1차전(1대0 승)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기성용은 끝내 복귀하지 못했다. 황인범(밴쿠버)이 대체자로 나섰지만, 기량, 경험 등 모든 면에서 기성용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벤투호는 8강에서 카타르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아시안컵 실패를 딛고 새로 출발한 벤투호. 3월 A매치에 나선 벤투 감독은 그간 즐겨썼던 4-2-3-1 대신 4-1-3-2 카드를 꺼냈다. 손흥민(토트넘)의 최전방 기용에 모든 관심이 모아졌지만, 사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미드필드진 운용이었다.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의 공백을 '팀'으로 메웠다.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 명단을 발표하며 "기성용과 같은 선수를 찾기 위해서는 지구를 몇바퀴 돌아도 불가능하다. 전체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였다. 공을 점유하겠다는 철학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대신 형태에 변화를 줬다. 수비형 미드필더 숫자를 한명으로 줄이고, 2선의 밀도를 높이는게 핵심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펼쳤다. 벤투 감독이 권창훈을 내보내며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3.26/
22일 볼리비아전(1대0 승)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26일 콜롬비아전에서는 그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황의조(감바 오사카) 투톱에, 이청용(보훔)-황인범-이재성(홀슈타인 킬)을 2선에 내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알사드)이, 포백에는 홍 철(수원)-김영권(감바 오사카)-김민재(베이징 궈안)-김문환(부산)이 자리했다. 골문은 7경기만에 A매치에 나선 조현우(대구)가 지켰다.

콜롬비아전에서는 볼리비아전에 비해 빌드업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공격수에 가까운 나상호(FC도쿄)가 빠지고 이청용이 들어간 것이 주효했다. 2선에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선수 3명이 자리한 것을 십분 활용했다. 이들은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볼을 돌렸다. 침투에 능한 이재성과 이청용이 공간을 파고들면 지체없이 패스가 들어갔다. 이 과정이 대단히 빠르고 날카로웠다. 과거 후방에 주로 머무르던 정우영은 필요하면 과감히 전진하며 공격의 숫자를 늘렸다. 빌드업을 하기 위해 기성용에게 볼을 건내는 과정이 생략되고, 미드필드 전체가 함께 하니 전개 속도가 빨라졌다.

수비 형태도 인상적이었다. 이청용 황인범 정우영 이재성이 일(一)자를 이루며 상대의 공격을 유기적으로 막았다. 측면으로 볼이 가면 신체조건이 좋은 정우영이 페널티박스까지 내려가 중앙 수비 숫자를 늘렸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펼쳤다. 손흥민이 전반 16분 선취골을 기록했다. 환호하고 있는 손흥민.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3.26/
허리진이 살자 콜롬비아 수비수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미드필드가 침투할때 상대 포백 중 하나가 전진했고, 그 뒷공간을 손흥민 황의조가 공략했다. 투톱의 움직임도 유기적이었다. 투톱에서는 지동원 (아우크스부르크)보다 황의조가 손흥민의 파트너로 더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지동원이 연계에서 장점을 갖고 있지만, 허리 전체가 빠르게 볼을 돌린 콜롬비아전에서는 마무리에 능한 황의조가 훨씬 위력적이었다. 황의조는 전반 16분 손흥민의 골을 도왔고, 후반 시작과 함께 좋은 찬스를 잡았다. 손흥민은 설명이 필요없었다. '만드는데' 주력했던 힘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춘 손흥민은 누구보다 날카로운 피니셔였다.

후반 '상대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들어가며 수비 형태가 다소 무너졌다. 수비진에서 넘어가는 패스가 제대로 되지 않자 허리진도 전반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13분 이재성의 골로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벤투 감독은 권창훈(디종)를 투입하며 2선의 속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나상호 투입 후에는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높아졌다. 벤투 감독은 황의조를 불러들이고 권경원(톈진 취안첸)을 넣어 스리백도 테스트했다.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벤투식 빌드업 축구는 분명 효과를 발휘했다. 이날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지로나) 등 기술이 좋은 2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벤투식 4-1-3-2는 이번 3월 A매치 최고의 성과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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