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게서 호날두가 보인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2-1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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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의 롤모델은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항상 "호날두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손흥민이 선택한 등번호 '7번' 역시 호날두의 상징과도 같은 번호다. 학창시절부터 호날두의 동영상을 보며 그의 플레이를 연구했다. 그래서인지 손흥민과 호날두의 플레이는 참 닮았다. 측면과 최전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점부터 빠른 스피드와 폭발적인 돌파, 그리고 반박자 빠른 슈팅을 주무기로 하는 점까지. 이제 호날두에게서만 보였던 아우라까지 닮아가고 있다.

손흥민이 또 한번 터졌다. 손흥민은 14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엠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8~2019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에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은 전반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반 2분 다시 한번 발끝이 번뜩였다. 얀 베르통언이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감각적인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4경기 연속골, 시즌 16호골이었다. 손흥민의 골을 시작으로 베르통언, 페르난도 요렌테가 연이어 득점을 기록한 토트넘은 3대0 완승을 챙기며 4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물이 오를데로 올랐다. 손흥민은 이제 완전한 득점기계다. 역습 상황 뿐만 아니라 페널티박스 안에서도 위력적이다. 이날 골장면이 대표적이다. 베르통언의 크로스가 날아가는 순간, 수비를 따돌리며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은 전문 스트라이커 못지 않았다. 깔끔한 마무리도 칭찬해줄만 했다. 해리 케인의 부재로 최전방에 포진한 손흥민은 컷인 등 박스안에서 여러차례 위협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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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공격수' 출신의 호날두가 경이적인 득점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던데는 그만의 스타일이 한 몫을 했다. 가짜 7번, 반대발 윙어, 하이브리드 윙어 등이 각광을 받으며 측면을 기반으로 득점을 노리는 측면 공격수들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호날두 만큼의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가장 큰 차이는 '박스 안에서의 플레이'였다. 호날두도 맨유 초창기 시절만 하더라도 역습에서만 위력을 발휘했다. 첫 발롱도르와 득점왕을 차지했던 2007~2008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호날두는 꾸준한 노력으로 다양한 무기를 더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점프력을 바탕으로 한 헤더, 슬라이딩, 발리, 시저스킥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슈팅 스킬 등 완전체로 거듭났다. 수년간 이어진 웨이트를 바탕으로 타깃형 공격수 못지 않은 몸싸움 능력을 지닌 호날두는 박스 안에서도 괴물이 됐다. 예전보다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호날두가 여전히 엄청난 득점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스트라이커의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손흥민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손흥민이 레버쿠젠 시절부터 주로 측면 공격수로 뛰어서 그렇지, 그는 원래 9번 유형이었다. 함부르크에서도 스트라이커로 데뷔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스트라이커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 부재시 원톱 혹은 투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포스트 플레이나 제공권에서 약점을 갖고 있지만, 손흥민은 다른 스타일로 박스 안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격수다.

측면은 물론, 박스 안까지 공략할 수 있는 손흥민은 세계 축구에서도 흔치 않은 공격수다. 그의 롤모델 호날두처럼 말이다. 손흥민에게서 점점 더 호날두가 보인다. 월드클래스도 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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