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의 응원 메시지 "박지성보다 손흥민 뽑겠다", "이승우, 팔팔한 시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1-21 08:30


안정환과 박지성이 2017년 20세이하 월드컵 홍보대사에 위촉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후배들이여, 자신을 믿어라."

한국축구 레전드 안정환(43)이 아시안컵 16강전을 앞둔 태극전사 후배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이제 59년 만의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토너먼트 여정에 들어간다. 이런 후배들을 위해 안정환이 방송인이 아닌 축구인, 해설위원으로서 같한 애정을 나타낸 것이다.

안정환은 요즘 이른바 잘나가는 대세 예능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요즘애들', '궁민남편' 등 고정 출연 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해 신규 프로그램 론칭을 앞두고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렇지만 천생 '축구인'이다. 2019년 아시안컵을 챙겨보며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4년 전 호주아시안컵만 해도 안정환은 MBC 해설위원으로 현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했다. 한국이 호주와의 결승에서 아쉽게 준우승하는 장면을 중계해야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한 것을 비롯해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한국축구를 풍미했던 그였지만 아시안컵과는 인연이 멀었다. 한-일월드컵 후광을 업고 2004년 중국대회에서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등 후배 황금세대와 함께 출전했지만 8강에서 이란에 잡혔고,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함께 뛰었던 호주대회에서도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올해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는 JTBC가 독점 중계하는 바람에 순수 시청자가 됐다. 하지만 남다른 애정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안정환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것을 후배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면서 "후배들이 자신을 믿고 자신감있게 뛰면 이루지 못할 게 없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2015년 청소년 스포츠 활성화 캠페인에 참가해 건대부고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안정환> 스포츠조선 DB
2002년 '4강 신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태극전사들은 물론 국민들 아무도 한국축구가 4강까지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조별리그-16강-8강 등 차근차근 올라가면서 태극전사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을 향한 믿음으로 똘똘 뭉쳤고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벤투호'는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점차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안정환은 "지금 후배들이 2002년 세대보다 뛰어나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등산하듯 포기하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서있는 환희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세 예능인 아니랄까봐. 특유의 농담섞인 입담으로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내가 만약 감독이라면, 박지성 손흥민 중 선택하라고 하면 손흥민을 뽑겠다."

아끼는 후배 박지성을 '디스'하자는 게 아니다. "손흥민은 선배들을 훨씬 능가하는 능력과 대표팀에 임하는 자세를 갖춘 한국축구의 중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에겐 응원이 가장 큰 힘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태극전사들의 기를 살려주고 싶다."

그런가 하면 안정환은 "같은 공격수이지만 손흥민은 공격형이고 박지성은 수비 공헌도가 높은 스타일이다. 둘이 같은 시대에 뛰고 있다면 감독 입장에서 둘 다 기용하고 싶지 않겠느냐"며 박지성을 챙기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이승우의 물병차기 행동에 대해서도 재치있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사실 나도 선수 시절 감독님 말씀을 잘 듣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은퇴하고 나서 모셨던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선수 시절 속썩여서 죄송하다고 사죄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안정환은 "당시 경기 상황을 보면 이승우 대신 구자철이 투입돼 5분 정도 뛰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아예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것도 서운하겠지만 달랑 5분 뛰라고 투입하는 것도 기분 상했을 것"이라며 "제가 은퇴를 앞두고 있던 남아공월드컵 때는 5분만 기회를 얻어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팔팔한 시기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어 안정환은 절묘한(?) 해법을 제시했다. "나도 선수 시절 그런 경험이 많았다. 감독-코치와 1대1 면담을 요청해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효과적이더라. 내가 출전을 위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 길이 보일 것이다."

"이런 저런 논란을 떠나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단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길 바란다"는 게 '축구인' 안정환의 마지막 당부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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